*제임스 마틴(예수회) 지음, 심종혁(예수회) 옮김, 성서와 함께, 2021, 18,000원
**글쓴이 박은미(한국가톨릭여성연구원 대표, 품 심리상담센터장)
양방향 다리 놓기
저자 마틴 신부는 이 책을 성소수자 가톨릭 신자들과 교회 관계자들을 염두에 두고 썼다고. 그리고 미국과 한국 가톨릭교회로부터 인가를 받고 출간되었다는 점. 교회 내부로부터 성소수자 주제에 대한 대화의 창을 열기 시작(?)한 것 같아 반가운 마음.
성소수자 가톨릭 신자들과 가톨릭교회의 관계는 복잡한 긴장을 드러낸다. 이유는 성소수자 가톨릭 신자와 제도교회 사이의 '불신과 소통 부족'(p.60)에서 생겨난다. 양측 사이의 긴장과 소통 부족, 하지만 소통의 계기를 마련하는 내용 역시 교회의 가르침에 나온다.
-간과할 수 없는 숫자의 남녀가 깊이 뿌리박힌 동성애 성향을 보이고 있다. 객관적으로 무질서인 이 성향은 그들 대부분에게는 시련이 되고 있다. 그러므로 그들을 존중하고 동정하며 친절하게 대하여 받아들여야 한다. 그들에게 어떤 부당한 차별의 기미라도 보여서는 안 된다. (<가톨릭교회교리서>, 2358항)-
성소수자의 정체성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은 위와 같이 엄정하고 그로 인해 성소수자에 대한 일반 신자들의 오해와 소통 장애가 강화되는 면이 없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가톨릭 신자들에게 성소수자에 대해 "존중하고 동정하며 친절하게(Respect, Compassion, and Sensibility)" 대하도록 가르친다. <다리 놓기>에서는 이를 "존중하고 공감하며 민감하게"라고 번역한다. "교회가 성소수자를 '존중하고 공감하며 민감하게' 대하도록 초대하며, 이에 대한 응답으로 성소수자 공동체 역시 제도교회와의 관계에서 그 덕(존중, 공감, 민감함)을 성찰하도록 초대"(p.46)하기 위함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다리가 불신과 소통 장애를 지닌 양측을 잇는 다리라면 어느 쪽에서 먼저 한 걸음 내딛어야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물론 더 힘을 가진 쪽, 즉 제도교회 쪽으로부터의 시도가 우선이다. 아래와 같은 갖가지 연유에 바탕을 둔 증오나 혐오로(pp.32~35) 성소수자들의 자살 비율이 유독 높고, 각종 범죄의 피해자가 되고 있는데, 그런 혐오를 걷어내는 힘을 가진 쪽이 제도교회이기 때문이다.
-성소수자를 '다른 사람'으로 보는 데서 생겨나는 두려움. 다름을 위협으로 여기는 동성애 혐오(homophobia)
-동성 관계나 동성을 향해 이끌리는 경향을 역겹게 여기는 데서 생겨나는 반감.
-다리를 놓고, '다른 사람'으로ㅗ 간주하는 이들의 경험에 귀 기울이고, 교회의 실천을 새로운 방법으로 성찰하도록 격려하는 모든 시도가 교회 가르침을 완전히 바꾸는 일이라고 여기는 두려움.
-예수님이 소외된 이들에게 보여주신 환대 속에 성소수자들을 환영하는 것까지 포함해서 인식하려 하면, 어려움과 좌절과 갈등을 느낌. 주변으로 밀려난 이들에 대한 적대감과 예수님이 그들을 환대하셨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서 사람들에 대한 심한 내적 긴장으로 갈등하게 되고 분노를 느끼게 되는 것.
한편, 마틴 신부는 다리 위의 다른 길인 성소수자 공동체 쪽에서 제도교회를 향한 '존중, 공감, 민감성'의 노력도 중요하다며, 성소수자 공동체에 이렇게 질문한다.
-자신들은 주교님을 존중하지 않으면서 주교님이 성소수자 공동체를 존중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것은 과연 옳은 일일까요? 자신도 그리스도인답지 않은 태도를 지녔으면서 어떤 사람이 그리스도적이지 않다고 비난하는 게 옳은 일일까요?(p.131)-
물론 이는 성소수자뿐 아니라 모든 이에게 해당되는 말일 텐데, 교회가 마치 적대자처럼 느껴지더라도, 성소수자 공동체가 다른 이들을 존중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며, 존중과 공감, 그리고 민감성을 지니면서 비판하고 도전할 수 있고, "자신과 반대 의견을 지닌 이들도 존중하라는 것이 그리스도교의 중요한 가르침"(p.132)이기 때문이다.
마틴 신부는 이 책은 "논쟁과 반론을 위한 것이 아니라, 대화와 기도,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깨 뿌리를 둔 사목 활동을 향한 초대"(p.39)라며,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맺는다.
-우리는 이 다리 위에 함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다리가 바로 교회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결국 이 다리 위에서 양쪽 모두 서로를 환영하고 한 공동체로서 서로 사랑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 다리를 지탱해주는 것은 무엇일까?"... 답은 성령입니다.(p.171)
아직 많이 불편할 수 있는 주제를 담은 책이지만, 그렇기에 더 관심을 요청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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