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새해가 밝았다.
-이글은 1월1일을 바라보며 제시된 글이지만, 또다른 새해인 민족의 설날을 내다보며 다시 읽기 했습니다-
시간은 정직하게 흘러 방금 전까지를 묵은해라고 부르고 지금은 새해라고 부른다.
그렇게 나이를 한 살 더 먹고 새해엔 이런 저런 목표를 세우고 꼭 이뤄 보겠노라 의지를 다져본다.
성경책 완독, 여행가기(물론 지금같은 시기에는 꿈만 꾸기로~), 취미를 위해 이것저것 배우기, 봉사활동하기 등등.
그러나 이런 것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올해는 반드시 기필코 다이어트에 성공하리라는
목표를 세웠으리라 지작해 본다.
때 마침 이런 영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살을 빼기로 결심했다."
참 직접적이고 정직한 제목 같다.
제목을 보면서 '빼다'라는 단어를 놓고 생각을 해본다.
빼는 것에는 무엇이 있나 제목처럼 살도 빼고, 편견도 빼고, 마음의 짐이나 집안의 짐,
나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생각도 뺀다고 하겠지 하고 적어보았다.
그리고 사전을 펴고 '빼다'의 정의를 찾아보았다.
① 속에 들어있거나 끼어 있거나 박혀있는 것을 밖으로 나오게 하다.
② 전체에서 일부를 제외 하거나 덜어내다.
③ 긴 형태의 물건을 뽑아내다.
위의 정의로 본 뺀다는 것은 앓던 이 뺀다는 속담처럼 대체로 해결이 된 느낌이지만,
한편으로는 무서운 빼기가 생각났다.
학창시절 그룹 활동을 할 때 맘에 안 들거나 못하는 급우를 보며 너무 아무렇지 않게,
"야, 쟤 빼자, 빼고 하자" 이런 빼기가 있었으니 말이다.
주인공 장잉주안은 100Kg이 넘는 고도비만이다.
영화 초반에 그녀가 마트에 있는 모든 푸딩을 카트에 쓸어 담고
대형 장바구니에 가득 찬 물건을 계산하는 장면을 보고 '저러니 살이 안찌겠나' 하는 차에,
곧 다음 장면에서 단체 급식을 만드는 장면을 보고
그녀의 직업은 유치원 영양사라 대량 구입의 이유를 알게 되면서
진짜 너무 외모만 보고 확신에 찬 나의 편견에 섬뜩 놀랐다.
유치원 원장인 엄마는 본인의 유치원에서 영양사로 계속 일하려면 살을 빼라고 계속 압박하고,
그녀는 원치 않는 다이어트센터에 등록하게 된다.
그 곳에 모인 다이어터들에게 센터 직원은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방법으로 동기를 심어 넣는다.
장잉주안도 운동을 열심히 한다.
그런데 뚱뚱한 사람이라서 받는 편견은 여러 곳에서 나타난다.
비좁은 버스에서 자리를 양보하려고 해도 그냥 가만히 있는 게 낫겠다는 말을 듣기도 하고,
유치원 아이들은 공룡이라고 배를 쓰다듬으며 놀리고,
옆 집 아저씨의 성추행에도 아저씨 부인은 누가 너 같이 뚱뚱한 사람을 추행하겠냐며 남편을 두둔한다.
영화는 가장 쉽게 밖으로 드러나는 외모에 대해 편견을 가진 사람들은 얘기하지만,
들여다보면 다수와 다른 생각과 성향을 가진 사람들도 빨리 다수에 들어와야 한다는 자-잣대를 들이댄다.
이 유치원의 모범생인 샤오위라는 남자 아이가 있다.
우연히 장잉주안은 그 아이의 성정체성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그녀는 남들이 자신에게 건강을 위해 행복을 위해 또 남의 시선으로 부터의 자유를 이유로
살을 빼라고 했지만 그만큼 자신이 원치 않는 시선과 관심이 싫었기에
있는 그대로 그 아이가 어떨 때 편하고 즐거운 지를 파악하고 아이를 돕는다.
그러나 그 아이의 엄마도 벌써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 해서든지
다시 보통의(?) 정체성을 가진 아이로 되돌려 놓으려 병원 치료에 힘을 다하고 있다.
우리는 쉽게 네가 세상을 바꾸는 건 어려우니 너 하나 바뀌는 게 빠르다며
고통을 혼자만의 짐으로 지우려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집에 가끔 오는 택배 직원이 자신도 살을 많이 뺐다는 얘기에 그녀도 열심히 해 가고 있다.
그러나 살이 생각만큼 쉽게 잘 빠지면 이런 다이어트센터가 왜 잘 되겠는가.
긍정적인 마음을 먹고 해 보지만 이내 그녀는 안다.
나는 긍정적인 척하는 가면을 쓰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센터에서는 다이어트에 실패한 사람은 노력보다는 불평을 얘기한다는 말로 또 자극을 하고
그녀는 이제 내 안의 더 아름다운 자신과 격렬하게 싸운다.
내 안의 더 아름다운 나는 현실의 나에게 말한다.
"살을 빼고도 사랑을 못 받을까봐 살을 못 빼지?"
이 대사에 나는 '빼다'의 사전적 정의에
'두렵거나 싫어서 하지 아니하려고 한다.'라는 뜻이 있음을 알고 조금 놀랐다.
사람은 누구나 약점을 가지고 있고
그 약점 때문에 세상에 나가길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많이 봐 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나도 무엇이 두렵고 싫은지 찬찬히 내 마음을 들여다봐야겠다.
장잉주안이 겪은 사회적 편견
그로 인한 무기력과 외로움을 넘어 삶의 의욕을 되찾는 과정을 보여준 이 영화는
한편으론 우리가 이젠 무엇을 빼기만 할 것이 아니라 더하기도
결심을 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홍성진, 가톨릭여성연구원 미디어 영성팀, <품> 1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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