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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Hope G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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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1-17 11:2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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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

*글쓴이 최영애, 가톨릭여성연구원 미디어 영성팀

 

"내가 어렸을 때 우린 Hope Gap(호프 갭)이라는 절벽 아래 바닷가에 가곤 했다. 물살이 빠지면 작은 바위 웅덩이들이 나타났는데 웅덩이 안에 작은 바다 생물들이 있었다. 엄마는 바위에 앉아 내가 다 놀 때까지 기다려주셨다. 난 엄마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한 번도 궁금해 하지 않았다. 엄마가 행복한지도. 다들 그렇지 않나."

 

윌리엄 니콜슨 감독의 여화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Hope Gap, 영국, 2022>는 제이미(아들)가 어릴 적 놀던 바닷가 풍경을 보여주며 아들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그레이스(엄마)는 행복한 미소로 아들을 기다려준다. 그러나 이제 엄마의 시간은 거기서 멈추고, 바닷가 언덕에서 아들도 행복했던 순간을 회상하며 눈시울을 적신다.

 

도대체 이 가족에겐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시를 엮은 책을 만드는 엄마와 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에드워드(아빠)는 스물아홉 번째 결혼기념일을 며칠 앞둔 평범한 부부다. 하지만 아들이 오랫만에 방문한 날, 조금씩 삐걱대던 두 사람은 큰 다툼을 벌인다.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아빠가 불만인 엄마, 그녀의 강압적인 모습에 입을 다물고 마는 아빠의 모습은 영화를 보는 나의 마음에 불안감을 불러일으켰다.

 

다음날 엄마가 성당에 간 사이 아빠는 아들에게 폭탄선언을 한다. "난 떠날 거다. 미안하지만 난 네 엄마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없어." 집으로 돌아온 엄마는 어젯밤 일을 사과하지만 아빠는 끝내 이별을 통보한다. "29년을 함께했는데 이렇게 도망칠 순 없어. 노력해야지" 엄마의 설득에도 아빠는 29년 동안이나 노력했다며 다른 여자의 집으로 가 버린다.

 

아들은 혼란스럽고 마음이 아프다. 엄마는 환청과 고통 속에 아빠를 설득해 데려오라 하고, 아빠는 돌아올 수 없다고 아들에게 말한다. 오랜 세월을 함께 한 부부의 갈등과 이별, 이를 지켜보는 아들은 부모의 헤어짐이 둘만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에게 큰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보여주며, 그럼에도 각자의 입장에서 그들의 감정을 이해해 보려고 노력한다.

 

실제로 이 영화의 감독 윌리엄 니콜슨은 30년 가까이 결혼생활을 지속했던 부모님의 이혼이 감독에게 깊은 영향을 주었고, 가족이란 전혀 깨지지 않는 안전한 단위라고 생각했던 그의 사고를 바꿔놓았다. 이런 감독의 개인적인 경험은 이 영화에 영감을 주었고, 성인이 된 자녀들이 받는 감정적인 여파를 작품 속에 묘사하려 했다고.

 

이혼 합의 과정에서 아빠와 엄마는 오랜만에 변호사 사무실에서 만난다. 그들은 결국 합의하지 못했고 엄마는 죽고 싶은 마음에 바닷가 절벽으로 사라져 버렸다. 아들이 엄마를 안고 저 멀리 바닷가를 걷고 있다. 아들은 엄마가 왜 여길 왔는지 알고 있었다.

엄마는 "불행이 두렵다."고 말한다. 그런 엄마에게 아들은 사랑하는 아들의 고백을 한다. "엄마, 제가 이해한다는 걸 알아주세요. 엄마가 길을 멈춘다면 저는 그 길이 힘들었기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될 거예요. 그리고 엄마가 그 길을 간다면 해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할 거예요."

 

아들의 고백은 엄마를 일으켰고 다시 걸어가게 했다. 서로가 서로를 살게 한다는게 뭔지 보여주는 감동적인 장면이다. 감정 표현이 서툰 아들이 얼마나 깊이 엄마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그녀를 응원하고 있는지 잘 보여준 장면이다. 아마도 이 순간 엄마는 고통을 기꺼이 마주하고 견뎌야 하는 이유를 분명하게 느꼈을 것이다.

 

아빠를 만난 아들은 엄마를 행복하다고 느끼게 한 솔직하지 못했던 시간들에 대하여 아쉬워하며, 엄마를 사랑하면서도 떠나고 싶을 수 있다는 아빠의 말도 조금은 이해하게 된다. 엄마는 본인의 시 작품도 출판하고 어느 날 아빠가 살고 있는 (다른 여자의) 집도 찾아간다. 아빠는 친구가 될 수 있냐고 묻지만 엄마는 거절한다. 그리고 집을 나와 차에서 신나게 음악을 틀고 길을 달리며 이 영화는 막을 내린다.

 

깊어가는 가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한 가족의 이야기 "과연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준다. 어쩌면 이 영화는 사랑 자체보다는 우리의 삶 속의 고난과 아픔, 좌절 속에서도 희망을 찾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묘사했다는 생각이 든다. 감독은 아들의 눈을 통해 부모를 바라보며,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엇인지를 아들 제이미를 통해 다시 말하고 있는 듯 하다.

 

*영화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_여성 신학자의 눈으로 '다시 보기'_리뷰 글을 갈무리하는 도중에 내가 우리 수도회를 떠난 이전 회원들의 마음을 헤아려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의 수도생활이 우리 '부모'가 겪었던 (결혼 생활이라는)인생 여정에서 그리 멀지 있지 않음을, 그리고 '엄마'나 '아빠'나 '나', 그리고 수도회를 떠난 이전 회원들 그 누구도 '이 행복한 삶'을 지향하는 열망에서 제외되지 않아야 함을 숙고하게 된다.

 

*발췌/갈무리 한국가톨릭여성연구원 <품>, n. 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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