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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위령성월_지금, 여기 그리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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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1-14 10: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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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도서 이미지_정호승님의 <산산조각>: '어떤 수의' 우화 내재              *우: 도서 이미지_톨스토이님의 <세 가지 질문>

 

지금, 여기 그리고 나

 

*글쓴이 조연수, 시인, 독서심리 상담사

 

얼마 전에 정호승 작가의 <어떤 수의>라는 동화를 읽었다.

수의를 만드는 주인이 손님들이 원하면 수의에 주머니를 만들어 주는 이야기다. 주인은 죽기 전에 무엇을 수의 주머니에 넣어가고 싶은지 묻는다. 어떤 사람은 돈을 넣어가겠다고 말하고, 어떤 사람은 후회하는 일을, 마지막으로 찾아온 손님은 살면서 받은 사랑을 잊지 않기 위해 담아가겠다고 말하며 동화는 끝난다. 죽음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직면하게 되는 삶의 가치를 성찰하도록 돕는 내용이다.

 

이야기를 읽는 동안 나 자신은 무엇을 담아갈까 생각했다. 그러나 그 무엇도 담고 싶은 것이 떠오르지 않았다. 죽는 순간에 사라지는 육체와 함께 무엇이 필요하겠는가. 심지어 내 영혼 속에 있는 기억조차 남아있을까 싶은데 말이다.

죽음이란, 육체와 영혼이 분리되는 순간을 마주하는 일이 아니까. '나'라는 사람은 현재 '나'의 몸을 가진 사람이고, 그 몸이 '나'라는 존재를 말해주는 것이다. 몸이 없다면 그 어디에도 '나'라는 존재를 설명할 수 없지 않나.

그런데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죽음을 맞지 않을 것처럼, 안락함과 풍요로움, 권력을 얻기 위해 애쓰며 살아간다. 미래를 위해 사느라 현재의 '나'를 돌보지 못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 어쩌면 나 자신도 예외는 아닌 듯싶다.

 

톨스토이의 <세 가지 물음-질문>이라는 단편에서 현자는 세 가지 질문을 던진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때는 언제인가, 또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인가.

이것의 대답은 중요한 때는 현재이고, 중요한 일은 지금 내가 하는 일이고, 중요한 사람은 지금 함께 있는 사람이다. 현재 자신이 하는 일에 충실할 것이며, 현재 마주한 사람들을 소중하게 생각하라는 뜻이다. 몸이 있는 곳에 마음이 있다는 말처럼, 몸이 있는 곳이 곧 나 자신이 있는 곳이고, 그곳에서 사랑을 받고 사랑을 하며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는 순간이 많을 때 행복감도 높아질 것이다. 인간은 결국 행복하기 위해 살아간다. 그 행복을 위해 현재를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자신에게 집중해야 한다. 그 현재란, 곧 내 몸과 영혼이 함께 머무는 것이다.

 

내 몸에 머문다는 것, 그것은 탄생으로부터 지금까지 나의 신체 상태를 안다는 것이다. 나 자신의 몸을 잠시 읽어보니, 탄생부터 지금까지 여성이라는 신체를 통해 많은 일을 해 왔다. 생식력을 가진 이후로 혼인을 하고 임신, 출산, 양육 등. 지금은 완경을 하고 새로운 주기를 맞이하고 있다.

모든 여성은 신체적으로 평생 세 번의 주기를 갖는다. 생식력이 시작되기 전과 생식력이 시작되어 완경이 되기까지, 그리고 완경 이후의 삶이다. 여성은 신체 특성에 따라, 시기마다 변화되는 몸으로 여성성을 발휘하며 살아간다.(*'폐경'을 맞이하여 여성-인간 '폐기물'이 되는 것이 아니라고... '완경' 이후의 '여성-인간의 삶'으로 변화/변모 되는 것이라고...) 때론 자신의 불가피한 사정이나 신체적 변화로 주기가 빨라질 수 도 있지만, 그 순간마저도 몸으로 살아내는 여성의 삶인 것이다.

 

한순간도 여성이지 않은 순간은 없다, 때로는 씩씩하게 때로는 고되게 살아온 내 몸. 나이 들어 사그라드는 몸의 세포들에게 이제야 애썼다고 말해 본다. 몸과 영혼이 함께 이뤄내는 삶의 시간. 온전하게 지금, 여기에서 집중하며 마주한다. 마음과 함께 오래도록 나 자신을 살아내는 내 몸이 새삼 감사한 날/달-위령성월이다.

 

*발췌/갈무리 한국가톨릭여성연구원 <품>, n. 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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