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명
Home > 게시판 > 문화 코드 읽기

문화 코드 읽기

이미지명

소통 가난한 이들의 성탄_그 해 성탄절

  • 로고스
  • 2022-11-10 11:08:38
  • hit1263
  • 222.114.29.115

*글쓴이 최수경 수녀

 

고요한 시골 마을, 새로 지은 수련소에서 수련자로 살 때였다. 우리는 매주 일요일마다 동네 아이들을 모아 주일학교를 했다. 인근 여러 마을에서도 아이들이 많이 왔는데, '수녀'를 처음 본 아이들도 있었다.

아이들은 성서 이야기와 놀이 시간을 좋아했다. 수도복을 입은 낯선 수녀들이 같이 뛰어노는 것을 신기해하면서도 우리만 보면 놀자고 보챘다.

12월이 되었다. 주일학교 초등부를 맡은 나는 성탄 축제를 어떻게 준비할까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성탄 연극을 하기로 했다. 배역 할당과 소품 준비에는 아이들 모두가 적극적이었다. 마리아와 요셉을 정하고 동방박사도 뽑았다. 아기 예수님은 인형을 가져와 사용하기로 했다.

구유에 놓을 동물에 관해 이야기를 하던 중, 영수가 좋은 생각이 있다며 흥분해 말했다. "우리집 염소를 데리고 올게요" 모두 좋다며 손뼉을 쳤다. 아이들의 번쩍이는 아이디어가 놀랍기만 했다.

-중략-

드디어 성탄절! 아이들은 벌써 강당에 와 있었고 염소도 보였다. 염소가 반갑기도 했지만, 순간 더러운 발이 걱정되어 쳐다봤다. 염소를 데리고 온 영수가 내 마음을 알아챘는지 "수녀님, 들어오기 전에 발을 물에 깨끗이 씻겨 데리고 왔어요" 했다. "우리 영수가 센스 만점이구나" 하며 엄지척해주니 빙그레 웃었다.

성탄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염소의 울음소리였다. 연극 중에 동물의 우는 소리가 꼭 났으면 하는 순간, 우리의 간절한 마음을 알았는지 영수네 염소가 실제로 음매~~ 음매~~ 하고 울기 시작했다.

연극이 끝나고 훌륭한 연기를 해준 염소의 머리를 흐뭇한 표정으로 쓰다듬는 영수에게 기념사진을 찍어 주었더니 행복해했다. 축제를 마치고 반 아이들과 함께 구유 앞에 모여 아기 예수님께 경배를 드렸다. 

-중략-

아이들을 보내고 수련소로 올라오는데 주일학교 학생 아버지가 성탄 축제에 못 와서 미안하다며 흰 봉투를 내밀었다. 봉투 안에는 빳빳한 천 원짜리 지폐 한 장이 들어 있었다.

수련장님은 수련소 첫 기부금을 성탄절에 받아 더 의미가 있으니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사용하자고 하셨다. 그날 저녁, 수녀 딸 집에서 성탄을 지내기 위해 오신 어머니를 만나 진지 드셨냐 물으니, "나는 밥은 먹었소만 진지는 안 먹었었소"하셔서 깔깔 웃었다.

어머니의 농담을 듣고 진짜 성탄절은 고관대작을 위한 진지가 아니라 가난한 이들의 밥으로 오신 예수님 탄생을 축하하고 기억하는 날임을 새삼 깨달았다.

 

권력이 아닌 사랑으로 세상에 오시어 그 사랑으로 세상을 변화시킨 예수님의 성탄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 돈이나 권력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아기의 모습으로 가난하게 세상에 오신 예수님은 지금도 순박한 사람들의 마음 안에 탄생하신다. 

*발췌/갈무리 가톨릭다이제스트 N.394

 

 

*2022년 제6차 세계 가난한 이의 날 담화에서 프란치스코 교종은, 지난 5월 시성한 샤를 푸고의 말을 함께 묵상하자고 초대했다.

“가난한 이들, 작은 이들, 노동자들을 업신여기지 맙시다. 그들은 하느님 안의 우리 형제자매일 뿐만 아니라 외형적 삶에서 예수님을 가장 완벽하게 닮은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나자렛의 노동자 예수님을 완벽하게 보여 줍니다. 그들은 뽑힌 이들 가운데 맏배들이며 구세주의 구유로 부름받은 첫 번째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예수님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그분과 어울리곤 하였던 친구들이었습니다. …… 그들을 공경합시다. 그들 안에 계신 예수님과 예수님의 거룩한 양친의 모습을 공경합시다. …… 그분께서 몸소 취하셨던 (조건을) 우리도 받아들입시다. …… 끊임없이 모든 것에서 가난해져서, 가난한 이들의 형제자매, 가난한 이들의 친구가 됩시다. 예수님처럼 우리도 가난한 이들 가운데 가장 가난한 이들이 됩시다. 또한 그분처럼 우리도 가난한 이들을 사랑하고 가까이합시다.”

- 사를 드 푸코, 『하느님의 선하심. 복음 성인들에 관한 묵상 1』(La Bonté de Dieu. Méditations sur les saints Évangiles (1)), “루카 복음 2장에 관한 묵상 263”(Méditation n. 263 sur Lc 2,8-20), 누벨 시테, 몽루주, 1996, 214-216면.

 

게시글 공유 URL복사
댓글[0]

열기 닫기

상단으로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