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혜, <안녕, 나의 고래>, 크레용하우스, 2021
**글쓴이 김경숙 가브리엘라, 고전문학을 전공한 인문학자
고래의 안녕을 빌며-<안녕, 나의 고래>를 읽고
표지가 예쁜 그림책이었다. 색감도 분홍과 푸른 빛으로 따듯하게 조화를 이루었다. 이 책을 처음 보고 느낀 점이다. 표지를 넘기니 작가 소개가 있었다. 장은혜 작가의 첫 그림책이라고 했다. 바다와 이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이 아름답고 행복한 삶을 지속하기를 바라는 작가의 힘찬 발걸음을 응원하고 싶다.
고래! 예로부터 우리 사람들에게 수많은 꿈과 상상력을 선사한 친구이다. 저 너른 바다를 유유히 헤엄치며 바다 표면으로 솟아오르기도 하고 허공을 향해 분수를 쏴악 뿜어내기도 한다. 그 자태는 또 얼마나 멋진가.
누구에게는 자유의 상징이었고 누구에게는 세상을 살아가는 희망의 상징이었다. 그리고 <요나>에 등장한 이후 헤아릴 수 없는 이야기와 문학의 소재가 되었다.
내가 고래를 직접 본 것은 수족관에서였다. 돌고래, 벨루가, 범고래 등이 커다란 수족관에 갇혀 자태를 뽐내거나 쇼를 했다. 내게는 커다랗지만, 그들에게는 좁고 좁은 수족관에서 빙글빙글 돌아다녔다. 다행히 이제는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널리 퍼져, 쇼도 멈추고 바다로 돌려보내고 있다.
그리고 TV를 통해 보았다. 주로 동물 생태를 다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였다. 포유류인 고래는 무리를 지어 살며 똑똑하고 언어를 사용한다. 범고래의 경우 모계 질서가 있다. 할머니에게서 엄마에게 그리고 다시 딸에게 가족의 통솔과 사냥 지휘권이 대대로 이어진다.
물려받은 사냥터와 사냥 기술을 통해, 가족을 먹여 살리는 범고래의 모습이 몹시 인상적이었다. 최상의 포식자 '샤무'라고만 알고 있던 내게는 신선한 충격을 주는 내용이었다. 또한 종류는 다르기는 해도, 고래는 태평양에서부터 북극해에 이르기까지 여로(旅路)가 있다. 커다란 고래의 여행이 신비했다. 어떻게 그 길을 알고 가는 것일까? 참으로 경이로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처럼 유유한 삶을 누리는 이들에게 가장 큰 위험은 무엇일까? 깊이 생각할 필요도 없이 사람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예전에는 고래잡이 혹은 고래 사냥을 통해서였다면, 지금은 다른 형태가 추가되었다. 바로 이 책이 담고 있는 해양 오염이다.
이 책은 아기 고래의 탄생에서부터 시작한다. 태어나 첫 숨을 쉬고 엄마와 함께 바다에서 행복하게 살아간다. 친구도 만나고. 그런데 어느 날, 아기 고래는 '검은 그림자'에 갇혀버렸다. 많은 생명이 그 속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나, 아기 고래는 엄마 고래 덕분에 살아났다.
그러나 현실은 그와 다르다. 대부분 생명이 사라져간다. 이 책을 읽는 중간에, 2007년 태안 기름유출 사고가 떠올랐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찾아보았다. 많은 사진이 그때의 참혹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물고기와 새를 비롯해 상괭이, 돌고래 등이 죽은 모습이었다.
석유(石油, petroleum), 우리가 기름 또는 oil이라고 부르는 것. 아주 오랜 옛날 동식물이 퇴적하여 생성되었으리라 추측되는 그것. 땅속 깊이 모여 있다가, 인간의 필요에 의해 땅 위로 끌어올려지고 인간을 위해 사용되는 검고 끈적끈적한 물질. 긴 지구의 역사에서 또한 길다면 긴 인간의 역사에서 석유가 사용된 시간은 아주 짧다.
그런데도 그 사용으로 인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은 가히 인간의 역사를 뛰어넘는다.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특히 한번 사고가 터지면 걷잡을 수 없는 영향을 미친다. 주고 바다에서. 유조선이라든가 배에서 유출된 기름은 아무 상관 없는 해양 생물들에게 너무도 치명적이다.
검은빛으로 물든 바다, 해안, 펄, 모래사장, 그리고 그 검은빛 위에 힘들게 쓰러져 있는 역시 검은색을 뒤집어쓴 새며 물고기며 동물들, ... 검은 재앙이다.
어디 그뿐인가. 바다에 던져진 쓰레기들은 또 어떤가. 플라스틱이며 비닐을 위시해 사람이 편의를 위해 사용하다 폐기한 것들. 아무렇지 않게 손에서 놓아버리는 것들. '쓰레기 섬'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Great Pacific Garbage Patch), 혹은 쓰레기 섬이라고도 불리는 데 이 지역은 전 세계 바다에 버려진 부유성 쓰레기들이 원형 순환 해류와 바람의 영향을 받아 응집된 지역"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리 거창한 섬을 말하지 않아도 그저 우리나라 바닷가에 가보면 쓰레기가 넘친다. 부둣가에는 음료수병이며 비닐봉지가 떠나다니고, 모래사장에는 자잘한 쓰레기부터 폭죽 잔해물까지 넘쳐난다.
친한 친구의 집이 양양에 있다. 그곳에 가서 동해에서 떠오르는 아침 해를 바라보고, 바닷가를 천천히 산책했다. 참으로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런데 그 바닷가가 사라진다고 한다. 뉴스에 나왔다. 침식당해 모래가 통째로 와르르 무너지고 있었다. '저러다가 해안도 사라지고 근처에 있는 집들도 무너지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는 바닷가에 가서 쓰레기를 열심히 줍고 있다. 작은 힘이지만 모이면 커지는 것이리니.
나는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 린스, 헤어 컨디셔너, 바디워시 등을 사요하지 않는다. 아마 20년쯤 되었을 것이다. 고백하자면 비누로 머리를 감았었는데, 이런저런 핑계 때문에 다시 샴푸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다시 고체 비누, 고체 샴푸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최근에는 플라스틱도 플라스틱이지만 1회용 마스크가 무섭다. 지구의 너무도 많은 사람이 매일 마스크를 쓰고 있다. 우리가 쓰는 마스크의 종착지는 어디일까. 길을 가다 버려진 마스크를 보면 섬뜩하다. 그렇다고 맨손으로 줍기도 꺼림칙하다.
마스크가 이리저리 날리다가 땅을 오염시키고, 또 이리저리 흘러가다가 새나 동물의 몸통을 옥죄고, 또 물길 따라 흐르다가 물고기의 몸속으로 들어가게 되면 어떻게 하나. ... 그래서 나는 마스크를 햇볕에 쬐거나 자외선 살균기로 소독해서 재사용을 하고 있다. 내 방 창가에는 옷걸이에 걸린 마스크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큰 도움은 안 되겠지만 뭐라도 하고 싶기에.
굳이 우주의 눈으로 보지 않더라도 인간이란 존재는 모래사장의 모래알만큼이나 작은 존재이다. 한순간 왔다가 한순간에 스러지는. 그런데도 모여서 뭉쳐서 참으로 많은 일을 저지르고 있다. 인간의 탐욕이 끊임없이 재앙의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 그 모인 힘으로 좋은 일만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책의 마지막 면에서, 작가는 행복하고 따스한 바닷속을 그려내었다. 아기 고래와 엄마 고래 그리고 물범과 북극곰 등이 미소 지으며 즐겁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모습을. 작가의 바람대로 바다가 그리고 자연이 '더 이상 아프지 않기를.'
*발췌: 사랑의 씨튼 수녀회 <씨튼 가족>, V.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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