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에 실린 무기들을 모두 버리고 눈에 보이는 사람들은 한 명도 빠짐 없이 구출하라.”
*흥남철수 때 메러디스 빅토리호에 승선한 피란민들. 미국 해군 군사감실 기증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12월 22일 함경남도 흥남 부두. 미국 화물선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레너드 라루(1914~2001) 선장은 비장한 결정을 내렸다. 화물 대신 피란민의 생명을 배에 실은 것. 민족의 아픔을 간직한 ‘흥남 철수 작전’의 한 장면이다.
당시 군수물자 수송을 위해 정박했던 화물선의 승원 정원은 60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라루 선장은 중공군의 개입으로 전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화물을 버리고 흥남 부두에 생사를 걸며 모여든 피난민 1만4000여 명을 태웠다.
메러디스 빅토리호는 수중 기뢰를 피해 조심스럽게 남쪽으로 향했다. 2박 3일의 항해 끝에 성탄절인 12월 25일 경남 거제 장승포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당시 구조된 이들의 후손은 현재까지 약 100만 명으로 추산된다. 배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모와 누나도 타고 있었다. 이 항해는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고도 불린다. 메러디스 빅토리호는 가장 많은 피란민을 태운 단일 선박으로 2004년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메러디스 빅토리호 선장을 지낸 뒤 수사가 된 ‘마리너스(세속명 레너드 라루)’.
라루 선장은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선장에서 수사로 제 2의 삶을 시작했다. 바다를 떠나 1954년 미국 뉴저지주 뉴턴시에 있는 베네딕토회의 성 바오로 수도원에 들어갔다. ‘마리너스’라는 이름의 수사로 2001년 10월 87세로 숨질 때까지 평생을 봉헌했다. 마리너스라는 이름은 바다가 아닌 성모 마리아에서 따왔다고 한다.
그는 수도원에 들어간 후 세상에 딱 두 번 나왔다. 1960년 미국 정부가 그의 인도주의적 공로를 인정해 훈장을 수여했을 때와 숨지기 직전인 2001년 병원에 가기 위해서였다.
미국 정부의 훈장을 받은 자리에서 그는 “바다에 나가는 사람이 배우는 첫 번째 교훈 중 하나는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빌려주는 것이다. 이 교훈은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는 주님의 계명으로 바꿔 말할 수 있다. 흥남에서 제가 했던 일은 이 계명을 실천한 것이 지나지 않는다”고 연설했다. 미국 주교단은 마리너스 수사의 시복(거룩한 삶을 살았거나 순교한 이에게 복자 칭호를 허가하는 교황의 공식 선언)을 추진 중이다.
기사원문: 국제신문(http://www.kookje.co.kr/)
전쟁의 참화 속에서 고귀한 인류애를 실천한 라루 선장의 흥남 철수 이야기가 창작 오페라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기적’으로 제작됐다.
7월 1~2일 부산 을숙도문화회관 초연을 시작으로 7월 7~8일 거제문화예술회관, 7월 22~23일 김포아트빌리지 야외공연장에서 관객을 만난다. 이번 공연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예술경영지원센터의 ‘2022 전국 공연예술 창·제작 유통 협력 지원 사업’에 선정된 거제문화예술회관의 기획으로 진행됐다.
작곡과 대본은 이용주 작곡가, 연출과 각색은 이혜경 오픈씨어터 대표가 맡았다. 국내 정상급 성악가와 소리얼필하모닉오케스트라, 메트오페라합창단, 거제시소년소녀합창단 등이 참여한다고...
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