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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대가 조국>감상평 "진실 너머의 진실"

  • 말씀
  • 2022-06-09 10:5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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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너머의 진실

 

-글쓴이: 작가, 구영주 세레나, 빛두레 제1562호

개인적으로 조국 사태 때 나는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종국엔 짜증이 났다. 더 솔직하게 말하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처음 조민의 봉사활동 위조, 정경심 교수의 표창장 위조 문제가 불거졌을 때 나는 마음속으로 그녀를 비난했다. 아무리 사회정의를 부르짖어도 "결국 다들 별수 없군."과 같은 소위 기득권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 같은 것이었으리라.

 

왜 아니겠나. 나 같은 평범한 소시민들은 그저 언론을 통해 보도된 내용만을 접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게다가 자고 일어나면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언론의 기사들은 조국 일가를 한 순간에 온 국민을 농락하고 속인 파렴치한 도둑놈의 집안으로 매도하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가끔 티브이에서 보이는 조국의 어수룩한 변명 같은 말과 참담한 어떤 표정들은 집단 광기를 선동하기에 더욱 적합했다.

그는 자신의 말이 매번 거절당하고 지속적으로 묵살 당하는 청문회 현장에서(실로 야당 의원들의 집단적 광기와 억지, 모욕으로 일관된 말들 속에서) 그들을 넘어서기 위해 또는 그들과 싸우기 위해 거친 변론이나 답변은 거의 포기한 듯 보였다. 더 정확하게는 포기 당했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지난 3년의 조국 사태는 그가 장관직을 사임하며 얼추 종결된 듯 보였지만 나처럼 이 사건의 진실을 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 했던 이들에게는 그저 모호함 속에 사라졌다.

 

검찰은 조국 일가에게 모두 유죄를 선언했다. 대중의 기억 속에 조국은 그저 자신의 사욕을 위해 가족들과 함께 나라와 국민을 배신한 파렴치한 정치인으로 붉은 낙인이 찍힌 채 버려졌다. 나는 이 영화가 나처럼 조국 사태에 선입견을 갖고 있었거나 진실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이들이 보았으면 한다.

언론에서 하는 말 말고, 조국을 그저 맹신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 말고,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오해와 편견, 선입견에 휩싸여 진실을 보지 못한 이들이 아주 자세하고 낱낱이 보았으면 좋겠다. 단 한 번도 보도된 적 없는 재판의 과정과 그 재판 과정 중에 검찰에 소환되어 불려간 증인들의 증언. 한국 검사 조직의 민낯을 처절하게 맛본 이들의 증언을 통해 현 대한민국의 최고 권력기관인 검찰의 실체를 아주 구체적으로 알았으면 한다. 언론과 검찰의 합작으로 그 거대 조직 대 한 개인의 지난하고 고통스러운 투쟁의 이면에 무엇이 있었는지를 진심으로 보았으면 한다.

 

나는 조국을 이 시대의 예수나 성자로 추앙하고 싶지 않다. 오히려 그런 자세는 국민들로 하여금 조국에 대한 진실을 더 왜곡시키는 위험한 측면이 있다. 그런 프레임은 그를 이중적이고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려 국민을 속였다는 당시 야당이 씌운 프레임에 대한 이름만 바꾼 또 다른 프레임일 뿐이다. 우리는 조국에게 씌워진 모든 프레임을 걷어 내고 이 사건을 아주 담백하고 정직하게 보아야 한다. 이승준 감독은 그런 면에서 영화를 잘 그려 냈다. 그는 시사회 직전 무대 인사 때 이런 말을 했다.

"이 영화는 답을 주는 영화가 아닌 질문을 던지는 영화입니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의 민낯. 그것이 한 개인을 공격할 때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그 고통의 끝이 어디인지를 그저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이 영화의 판단은 관객 여러분의 몫입니다."

 

시종일관 이승준 감독의 이 태도와 사유가 영화를 빛나게 했다.  그는 조국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으면서 우리로 하여금 조국이 어떤 사람인지를 느끼게 해주었다. 단지 지인이라는 이유로 끌려가 인간적인 모욕과 굴욕감의 극치를 느낀 이들의 울멱거림과 눈물을 통해 지금 우리가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지를 보여줬다. 그리고 우리도 언제든 그 주변인이 되거나 또다른 조국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영화 내내 눈여겨 보았던 지점은 조국은 인터뷰 내내 이 모든 사태에 대해 자신의 억울함이나 괴로움을 주장하는 말을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누구를 탓하거나 누구를 원망하거나 그것 때문에 괴로워서 내가 죽을 것 같다고, 보통 사람이라면 수십 번 가슴을 치며 통탄하고 절규할 수 있는 모습조차 그는 하지 않았다. 그건 의도된 모습이 아니었다. 인간적인 조국의 모습이었다. 혼자서 밥을 차려 먹는 그의 일상이 그랬고 딸과의 통화가 그랬다. 

 

마지막으로 나는 조국 전 장관이 했던 말 중 "한때 저도 굉장히 저의 이념을 강하게 밀어 붙였고 여러 사람들을 거세게 비난해 왔다."라고 하는 장면에 마음이 오래 머물렀다. 그는 자신을 미친 듯이 물어뜯고 있는 사람들 속에서도 자신의 수십 년 정치 인생을 자기 정직성으로 돌아보고 있다는 것을 나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 점이 일반 정치인과 그가 다른 행보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차별성을 주겠구나, 생각했다. 한마디로 그는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고통스러운 시간에도 자신을 성찰한다. 이런 자기 정직성이야말로 인간이 가진 가장 높은 단계의 영성이다. 그는 영화 말미에 말한다.

"이 어두운 터널도 분명 끝이 있고 지나게 되겠지만 그 터널을 다 지나왔을 때 저는 전과는 분명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지는 저도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솔직한 고백이다. 그는 거짓과 오해, 억측과 광기가 난무하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가장 큰 권력기관인 법무부 장관으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사법개혁이라고 하는 거대한 사명감에 불타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계획과는 달리 모든 것은 끝장이 났고 가족은 대중의 먹잇감이 되었으며 인간적으로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고통의 시간을 관통하고 있다. 보통 사람 같으면 견딜 수 없을 일을 그는 견디고 있다. 

 

그가 견딜 수 있는 힘은 무엇일까. 아마도 누군가를 탓하고 자기 억울함을 호소하기보다 침묵 속에서 자신의 정치 인생을 계속 되돌아보는 영적 성철이 그를 고통 속에서 단단히 붙잡아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이 고통의 시간을 잘 지나갈 것이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그 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지금껏 한국 정치에서 그 누구도 보여주지 않았던 가장 영적인 정치인이 되어 있으리라는 것을 나는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때가 되면 인도의 간디처럼 정말 예수처럼 자기 고통의 끝을 가본 자만이 할 수 있는 다른 차원의 정치의 길을 그는 걷게 될 거라는 예감을 나는 떨칠 수 없었다. 그것이 조국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진실 너머의 진실이며, 진짜 정치가 도달해야 하는 세계인 것이다. 그는 지금 그곳으로 가기 위해 처절히 아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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