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무리: 미디어영성_엔칸토: 마법의 세계
**글쓴이: 이희섭, 가톨릭여성연구원 미디어 영성팀, <품>n.158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아!
우리가 살아가는 데는 사실만큼 허구도 필요하다. 한계가 인식되는 냉정한 현실 속에서 기발한 상상이 만들어낸 환상의 세계는 날씨 좋은 날 가는 소풍 같다. 그래서 가끔 해리포터 시리즈의 재개봉 영화관을 찾거나 방학할 때쯤 어김없이 개봉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곤 한다. 할 말을 잊을 만큼 기상천외한 모험이나 아이디어에 감탄과 박수를 보내며 잠시나마 일상에서 탈출하는 것이다.
지난 연말에 개봉한 뮤지컬 애니메이션 <엔칸토>의 배경은 (남미) 콜롬비아다. 마드리갈 가문의 수장인 할머니 아부엘라는 세쌍둥이를 데리고 이곳에 오게 되었다. 전쟁으로 쫓기다가 남편을 잃고 위기를 맞은 그녀에게 촛불의 기적이 일어난다. 엔칸토라는 새로운 삶의 터전에서 마법의 생명이 깃든 집과 가족은 할머니의 자부심이다. 다음 세대로 계속 이어져서 이 마을을 위해 봉사하며 살 수 있기를 바란다.
노래와 춤 그리고 화려한 색의 향연이 <엔칸토>의 백미다. 기적의 상징은 애벌레가 황금빛 나비가 되어 화면 가득 날아오르는 것으로 표현된다. 가족을 소개하거나 주인공의 특별한 감정을 리드미컬한 노래와 춤에 담았는데, 작곡가는 <엔칸토>의 캐릭터에 꼭 맞는 옷을 입히기 위해 실제 콜롬비아 뮤지션과 함께 했다고 한다.
주인공 미라벨의 언니 이사벨라는 마음먹은 대로 꽃을 피울 수 있고, 또 다른 언니 루이사는 산을 들어서 옮기는 초인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엄마는 음식으로 사람을 치유할 수 있고, 이모는 기분에 따라 날씨도 바꿀 수 있다. 사촌 동생 안토니오는 동물과 교감할 수 있으며, 안토니오의 형 카밀로는 변신의 귀재다. 그리고 브루노 삼촌은 미래를 예견할 수 있다. 하지만 미라벨은 마법의 능력을 물려받지 못했다.
완벽을 바라다보면 차가워진다. 할머니는 가족 중 유일하게 마법의 능력이 없는 손녀가 성가신 일만 만든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웃음기 없는 단호한 표정으로 가족 행사에도 나서지 말고 가만히 있기를 당부한다. 고단했던 지난 세월을 시리게 겪어낸 할머니는 가족이나 마법을 잃을까 두려워한다. 그래서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지 못하고 손녀와 갈등을 겪는다.
할머니가 마법의 힘을 빌어서라도 지키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라틴 아메리카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그곳의 현실과 맞닿아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전투적인 영화라 일컬어지거나 게릴라 영화로 분류되기도 한다. 아마도 제국주의적 이데올로기에 대항하거나 외세에서 독립한 역사를 다시 정립하는 데 영화가 한 몫을 했을 것이다. 할머니의 아픈 과거는 콜롬비아의 독립과 내전 그리고 인접 국가들과 벌인 영토분쟁과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
어느 날 미라벨은 마법의 집 카시타에 균열이 생기는 것을 목격한다. 신비한 기적의 촛불도 흐려지고 있었지만 아무도 믿지 않는다. 그래도 뭔가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 미라벨은 예지 능력이 있는 브루노 삼촌을 찾아 나선다. 카시타를 구하는 길이 언니와 화해하고 포옹하는 것이라고 삼촌에게 들은 미라벨은 망설임 끝에 언니 이사벨라의 방으로 어색한 발걸음을 옮긴다.
영화의 엔딩은 감독에게는 고민거리고 관객에게는 싱거운 긴장의 해소뿐이라고 했던가. 결국 카시타가 무너져 내린다. 망연자실한 미라벨은 맨 처음 기적이 일어났던 장소로 달려간다. 그곳에서 할머니의 과거와 모든 진실을 마주하게 된 그녀는 할머니의 노력으로 우리가 구원받았고 기적을 받았고 가족이 되었다고 고백한다. 할머니 역시 기적은 마법의 능력이 아닌 바로 '너희 모두'라며 미라벨을 끌어안는다.
영화를 볼 때 그 끝이 빤히 들여다보일 때가 있다. 디즈니의 60번째 애니메이션 <엔칸토: 마법의 세계>에서처럼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은 누군가를 향한 사랑과 진심에 있다는 사실이 숨김없이 드러낼 때다.
그러나 가족의 사랑과 화해라는 새로울 것 없는 스토리에 우리가 쉽게 설득당하는 것은 이런 장르의 영화가 어린이의 시선 같지만 어느 순간 모두의 이야기로 탈바꿈된다는 데 있다.
사랑과 도움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모습은 어른들을 반성시키고 새로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 준다.
*지난 11월부터(10월 31일 나에게 주는 생일선물로 시작)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걷기/운동을 시작했다. 메말라 비틀어진 나뭇가지들과 낙엽을 밟고 또 그 가지들 위로 쌓이는 눈더미를 보며(피해가며) 지나 다녔는데, 어느새 1시간 걷기 운동을 마치고 들어오면 속옷이 흥건히 젖을 만큼 날이 풀리고 여기 저기 연한 초록의 새싹이 솟아나오기 시작했다. 우리 주위의 그마저의 색감도 감질나거든 <엔칸토> 영상에서 펼쳐지는 온갖 색상의 향연을 즐겨보기를 바란다~ (*부활이 어서 오기를 절로 기도하게 된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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