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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코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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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고쳐 쓰기

  • 말씀
  • 2021-12-16 11: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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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인터넷 '재활용' 검색창

 

요즘엔 무엇을 수리해 고쳐 쓰기보다 그냥 폐기하고 새로 장만해 쓰는 것이 일상 삶의 대세인 듯하다. 복잡한 전자 기계가 그렇듯, 세밀하게 설계된 기계는 수리하기 위한 시간과 정성 그리고 비용 등. 아무래도 그냥 버리고 새로 사는 게 더 효율적일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제는 고장 나거나 작동에 이상이 생겨 버리는 경우보다, 유행에 뒤떨어지고 새로 개발된 신기능을 탑재하지 못해서 버리고 새로 사 쓰는 풍조가 일반화된 듯하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의 경우 생애주기가 계속 짧아져 1년도 안 돼 새로운 모델이 나오니, 멀쩡하고 기능도 우수한 비싼 물품을 그냥 폐기하고 신상품으로 갈아타는 경향이 확산된 듯하다. 나는 수도자로 살아왔기에 검소한 삶을 살겠다는 나름의 정책이 있어, 이제껏 휴대전화나 스마트폰을 새로 사기보다 지인이 쓰던 것을 얻어, 물론 복잡한 공정이긴 하지만, 내부 배터리 등을 교체하고 재조정해 쓴 것이 더 많았다.

 

나는 어려서부터 기계를 뜯어 분해해보고, 이치를 따져 작동 원리를 찾아보는 데 호기심이 많았다. 초등학생 시절 아버지의 카메라를 분해해놓고 다시 조립하지 못해 망쳐버려 엄청나게 야단을 맞기도 했고, 중학생 때는 취미생활로 손목시계를 분해해 수리하는 연습을 스스로 했고, 트랜지스터와 진공관 라디오 등을 혼자 만들기 위해 전자회로를 공부하기도 했다. 이런 연유로 기계에 대한 두려움이나 어색함은 없다.

 

이런 과정을 통해 주변 사람들에게는 '손재주' 좋은 학생으로 알려져 친구 혹은 친척 집에 무엇인가 고장이 나면 내가 출장(?)을 가서 고쳐주는 등의 일을 많이 했다. 대학 졸업 후 수도회에 입회한 뒤에는 '수리 담당'으로 오랜 기간 우리 수도 공동체에서 자질구레한 수리가 필요한 작업을 처리해 오기도 했다.

 

아주 오래전 개인 컴퓨터를 일반인이 조금씩 사용하기 시작했을 무렵, 경제적 여건이 안 돼 부품을 사다가 저렴한 비용으로 조립해 사용하기도 했고, 틈틈이 무엇인가 분해하고 살펴보고 고치는 재미를 즐기며 지내왔다.

 

이제 나이가 든 지금 수리해 쓸 수 있는 그런 소품이 더는 없는 듯하다. 가끔 부모님 댁에 갔을 때 아파트 단지 한쪽 구석의 쓰레기와 재활용 더미를 보면, 내 눈에는 쓸 만한 TV, 선풍기, 스테레오, 진공청소기 등 그냥 버려지는 게 너무나 많아 안타깝고 아깝다. 사실 이전 같으면 몇 가지를 주워다가 모터라도 건져 무언가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체면(?)도 있고 해서 자중하기로 마음먹기도 한다.

 

시대가 너무 풍족해서일까, 아니면 너무 편리한 세상에 익숙해져서일까? 경이로운 세상(wonderland)을 꿈꾸는데 사실 결과적으로는 쓰레기 세상(wasteland)을 만들고 있는 듯하다. 요즘 시대에 무언가를 고쳐 쓴다는 것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지 모르겠다.

 

심종혁, 예수회, 신부, 서강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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