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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코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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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사람 읽는 기준

  • 말씀
  • 2021-11-17 11:4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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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다이제스트(통권 382호) 편집인이며 변호사인 윤학님의 글을 갈무리 함

 

<그는 사람을 읽었다>

** '기준' 도우미: "여자의 마음"/"약자의 마음"/"선한 마음"

 

몇 년 전 거대한 부를 이룬 사업가를 만나게 되었다. 어떻게 그 많은 돈을 벌었는지 그에게 물었다. 그는 '여자의 마음을 잘 알기 때문'이라며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어려서 학교에 진학을 못한채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중, 동네 처녀들과 자연히 함께 어울리곤 했다. 달밤에 이웃 마실, 겨울밤 아궁이에서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자연스레 여자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겉과 속마음이 어떻게 다른지 꿰뚫게 되었다. 마을에서 '의사결정' 영향력이 커져가면서 촌구석에서 지낼 수만은 없었다. 서울에서 부동산 회사, 건설회사 등에 진출, 손대는 사업마다 이룩해낸 그의 성공 신화는 소년 시절 '여자의 마음'을 잘 파악한 것이 그 뿌리였다고 결론 맺었다.

 

공장에 다녔던 소년이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 어린 시절 함께 일하며 어울렸던 공장보다 사람의 마음을 잘 파악할 수 있는 학교는 없었을 것이다. 또래 소년들이 학교에서 책으로 머리만 키울 때 그는 가난한 소년들의 희망과 불만이 무엇인지 새기지 않았을까.

(혹시라도 그가) 어린 시절 성실하고 정직하게 앞길을 개척해가는 친구들의 마음을 알아보는 소년이었다면 사람들이 성실과 정직으로 어떤 열매를 맺는지 눈여겨보았을 것이나 요령과 술수에 관심을 두는 소년이었다면 사람들이 어떻게 내 편을 만들고 상대를 무너뜨리는지 온몸으로 채득했을 것이다. 정치에 뛰어든 그가 '표'를 얻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하는지 볼 수 있다면 우리는 그가 어떤 소년이었을지 짐작할 수 있다. 세상에 '나는 강자'라는 사람은 드물고 '나는 약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넘쳐난다. 약자 편이라고 나서는 것만큼 더 강력한 선거전략은 없을 것이다.

사람들에게 '나야말로 약자 편'이라는 걸 심어주려면 '가상의 강자'를 만들어 공격하면 된다. 재벌을 강자로 만들면 부유한 사람들마저도 모두 '내 편'인 약자가 되어 '네 편'인 재벌을 공격한다. 아무리 많은 재산과 권력을 갖고 있어도 나보다 더 많이 가진 사람은 늘 있게 마련이어서 사람들은 대부분 불만 속에 산다.

공산 혁명은 사람들의 이런 원초적인 불만과 나보다 더 나아 보이는 사람들을 시기하는 인간의 악성을 건드려 소수인 '가상의 강자'를 적대시하도록 했다. 그 결과 국민들은 더욱 빈한한 약자로 전락하고 선동가만 더 강자가 되는 세상이 되었다. 민주주의 국가의 정치인들이라고 다르겠는가.

강자로 몰린 자도 스스로 약자라고 믿는 자도 실상은 모두가 어떤 면은 강자지만 어떤 면은 약자일 뿐이다. 진실은 모두가 같은 편인데 '내 편' '네 편'으로 분열시키는 정치인들의 전략에 온 세상이 놀아나고 있으니...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도 여당이든 야당이든 '나야말로 000의 편'이라고 정의의 사도처럼 부르짖으면 부르짖을수록 우리를 더욱 이용하려 드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후보다.

 

(***아래부터는 윤학 변호사 본인 이야기)

시골 학교 친구들은 여섯 살에 입학한 나보다 두세 살 더 많았다. 4학년 무렵 한 문제 차이로 내가 1등을 하고, 반장과 일곱명의 친구들이 2등을 했다. 반장이 그 일곱을 거느리고 몰려와 내가 답안지에 쓴 정답을 오답으로 쓴 것이라 선생님께 말해달라고 했다. 그러면 모두 상을 탈 수 있다며. 나는 거부했고 혼자서 상을 받았다. 그후 시험을 치를 때면 친구들이 연필로 내 몸을 찔러대거나 바지에 물을 쏟는 등 사고가 자주 일어났다. 뭔가 낌새가 이상했다.

학교가 끝나면 나는 아이들과 어울려 노는 것보다 햇살이 쏟아지는 마루에 걸터앉아 책을 읽는 것이 즐거웠다. 책 속에는 선한 사람들의 마음이 들어있었다. 위선과 거짓이 얼마나 나쁜 것인지도 쓰여있었다. 나는 책을 통해 선한 사람들의 마음을 보는 것 같았다. 그러나 남을 괴롭히며 즐거워하는 친구들의 마음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세월이 흘러 반장과 한패였던 친구가 어린 시절 이야기 중에, "그때 친구들이 너를 시기했어야~! 반장이 조종했어야...", "반장도 그 친구들도 지금 어렵게 살고 있어야~"

만약 내가 어린 시절 친구들의 시기와 술수도 잘 알아채는 사람이었다면 나도 얼마간 그런 걸 시도해보며 힘을 키워보려 하지 않았을까. 그때 나에게 친구들의 그런 마음을 파악할 만큼의 눈치가 없었던 것이 참 다행스럽다. 그러고 보니 나는 책 속에서 수없이 선한 사람들을 만나며 어린 시절을 보냈던 것이다. 지금도 선한 사람을 만나면 그 마음이 신기하게도 잘 보인다.

 

여자의 마음을 알아 돈도 벌 수 있고, 약자라 믿으려 드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용해 권력도 얻을 수 있지만, 사람의 선한 마음을 알아보는 사람에게는 부나 권력과는 차원이 다른 '선한 세상'이 주어진다.

사람의 마음을 파악하는 귀한 능력을 돈과 권력을 쌓는 데에만 쓰는 사람은 이 세상의 진정한 아름다운 것들과는 멀어져 간다. 그런 사람들이야말로 진짜 약자가 아닐까. 그러나 마음속에 선한 세상을 간직하고 사는 사람은 그 아름다운 세계를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어 한다.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강자일 것이다.

권력에 눈먼 정치인들은 지금도 그런 진정한 강자들을 약자로 전락시키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우리가 선한 세상을 간직하고 진정한 강자로 살아갈 것인지, 정치인들의 말에 휘둘려 스스로 약자로 전락할 것인지 그것은 우리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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