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르바나:아프가니스탄의 눈물〉
-생생하게 접하는 아프간 여성의 삶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아프간)의 수도 카불을 장악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아프간의 여성들이었다. 언젠가 봤던 파르바나와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을 여성들이 걱정됐다.
파르바나는 애니메이션 영화 〈파르바나:아프가니스탄의 눈물〉 속 열한 살 아프간 여성이다. 영화는 탈레반 집권기의 아프간을 배경으로 한다. 시기를 명시하진 않았지만 2001년이라 추정된다. 카불 상공을 자주 오가는 미군 정찰기가 전쟁이 임박했음을 알려준다.
파르바나의 아버지 누눌라는 카불 시장에서 단출한 좌판을 꾸려 다섯 식구의 생계를 책임진다. 전쟁에서 오른쪽 다리를 잃은 아버지 곁을 파르바나가 지킨다. 파르바나 가족이 사는 단칸방은 초라하지만, 온기가 맴돈다. 그러나 그것도 ‘성인 남성’인 아버지가 있을 때의 얘기다. 아버지가 금기된 책을 소지했다는 이유로 교도소에 끌려간 이후 파르바나와 엄마 파테나, 언니 소라야, 어린 남동생의 삶이 송두리째 바뀐다.
탈레반이 집권한 아프간에서 여성은 남성과 동행하지 않고는 거리에 나설 수 없다. 파테나는 전신 부르카를 입고 누눌라를 구하러 떠났다가 무참하게 폭행당한다. 여성은 돈을 벌 수도, 물건을 살 수도 없다. 꼼짝없이 집에 갇힌 파르바나 가족이 할 수 있는 건 정말이지 아무것도 없다. 그사이 식량이 다 떨어졌다.
우리의 파르바나는? 머리를 자르고 토피(이슬람교 남성 신도들이 쓰는 동그란 모자)를 쓴 채 집 밖으로 나선다. 이후엔 가족을 지키고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여성은 집 안에만 있으라”는 억압과 맞서 싸우는 파르바나의 ‘영웅 스토리’가 전개된다.
기사로만 접했던 아프간 여성들의 삶을 생생하게 접하고 싶은 이들에게 〈파르바나〉를 추천한다. 카불 시장의 뒷골목, 노을이 짙게 내린 카불, 황량한 바위산 같은 아프간의 풍경을 볼 수 있는 건 덤이다. 내가 파르바나를 만날 수 있었던 것도 SNS 속 낯선 누군가의 추천 덕분이었다. 이 글을 통해 누군가 용기 있는 파르바나의 삶에 닿기를 바란다.
이 애니메이션에서 파르바나는 자신처럼 머리를 자르고 거리에 나와 돈을 버는 또래 여성 ‘샤우지아’를 만난다. 파르바나는 언젠가 바다에 갈 거라는 샤우지아와 20년 뒤 바다에서 만나기로 약속한다. 올해가 약속한 바로 그 2021년이다. 야속하게도 탈레반 재집권 이후 현재 아프간 여성들은 또다시 극도로 통제된 삶을 강요받고 있다. 하지만 용기를 내 억압에 저항하는 여성들이 있다. 이들은 거리에 나와서 “과거로 후퇴할 수는 없다”라며 여성들의 교육과 일할 기회를 보장하라고 외친다. 총을 든 탈레반의 위협에도 “우리는 함께다. 겁내지 말자”라며 자리를 지킨다. 서른한 살이 된 파르바나와 샤우지아는 어디에서건 만났을 것이다. 아마도 더 용감한 여성이 되어서.
-이은기 기자, 시사IN. Vol. 73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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