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백 다이어트의 허점
비만의 가장 큰 원인은 입으로 들어가는 열량이 사용하는 열량보다 많기 때문이다. 비만을 해결하자면 적게 먹고 많이 움직여 몸에 비축된 열량을 많이 사용하면 된다. 문제는 그걸 실행하기가 참으로 힘들다는 것. 가장 큰 이유는 입이 만들어 왔던 습관, 먹거리들이 새겨놓은 맛의 기억들 때문이다.
만약 잘 먹으면서 살도 빼는 방법이 있다면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인데, 그 아이디어로 나온 것이 바로 케토 식이요법 Ketogenic Diet이다. 자동차가 휘발유로 엔진을 움직이듯이, 생명체가 활동하려면 탄수화물에서 얻는 글루코스 glucose, 포도당이 필요하다.
먹거리의 가장 조화로운 비율은 탄수화물 50%, 단백질 30%, 지방 20%이다. 이 비율은 자연으로부터 인간이 습관 들인 것이고, 의학적인 연구 결과와도 일치한다. 먹거리의 50%로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글루코스(포도당)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
탄수화물이 모자랄 때를 대비해 인체의 주 연료인 글루코스와 같은 역할을 할 케톤 Ketone이란 예비연료를 지방질, 단백질 안에 준비해 둔다. 글루코스가 부족할 때 몸의 지방질, 단백질을 녹여 케톤으로 만들어 인체의 화력 발전소를 돌려 생명 활동을 할 수 있게 한다. 제 살을 녹여 연료로 사용하니 체중은 당연히 줄어든다.
육체적으로 활발하지 않을 때 글루코스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장기는 인체의 중앙 통제부인 뇌다. 하루 뇌 대사 활동에 글루코스 2/3를 사용한다. 비록 다른 장기에 글루코스가 못 가도 뇌는 너무나 중요한 장기라 항시 활동할 수 있게 글루코스 연료가 공급돼야 한다.
뇌의 기능을 보호하기 위해 글루코스가 모자라는 경우를 대비해 케톤을 생산할 수 있는 과정도 오묘하게 만들어 두었다. 만약 글루코스가 모자라면 지방은 완전히 연소되지 못하여 찌꺼기, 재가 남는다. 그중 하나가 케톤이고 그것을 대체 연료로 사용하게 된다. 그래서 글루코스가 부족해지면 자연스럽게 케톤 만들 준비가 된다. 케톤은 뇌에 자유롭게 열량 공급할 수 있도록 혈관 뇌 장벽 Blood-Brain Barrier 통과증도 있단다.
장에서 흡수된 모든 물질은 혈관 안으로 보내지고 그 중 선택된 영양분만 뇌에 들어갈 수 있다. 혈관과 뇌 사이에 있는 장벽 Blood-Brain Barrier에서 통과 여부를 결정한다. 글루코스는 무사통과, 대체 연료인 케톤에게는 통과 가능 출입증이 부여돼 있다.
이런 사실에 착안해 음식으로 탄수화물을 섭취하지 않고 비만인 자신의 몸에 넘치는 지방세포로부터 케톤을 취해 연료로 사용한다는 아이디어로 나온 것이 케토 다이어트(식이요법)이다.
탄수화물을 극소량, 하루 20g 이하로, 하지만 고지방, 고단백의 음식은 마음껏 먹고 비만도 치료하자는 것. 사실 고지방 단식은 1920년 간질환자 치료 목적으로 시도했다가 중단된 바 있다. 그러다 1960년대 비만 환자에게 다시 '앳킨스 박사의 식이 요법'이라는 이름으로 유행했다. 불행하게도 앳킨스 박사가 조깅 도중 심장 마비로 추정되는 원인으로 죽은 이후 서서히 사라지게 되었는데 근래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현재 식품점에는 여러 종류의 고지방 고단백, 저탄수화물의 케토 다이어트 음식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그런데 탄수화물을 줄이면 인슐린 호르몬이 거의 나오지 않게 된다. 인슐린은 글루코스나 지방이 세포에 들어갈 수 있게 해주는 반려자 호르몬이다. 그러므로 인슐린이 없으면 섭취한 지방이 세포로 들어가지 못하고 혈액으로 방출될뿐더러 세포에 그나마 저장되어 있던 지방까지도 방출된다. 그 결과 근육이 줄어들고 뱃살이 빠진다. 이것이 케토 다이어트의 원리이다.
혈중 인슐린이 적을수록 케톤생산이 활발해지므로 케톤을 많이 생산하자면 인슐린 호르몬의 생산을 잠재워야 한다. 탄수화물의 섭취가 적을수록 인슐린 생산도 적어진다. 그런데 혈중 인슐린이 모자라면 당뇨병이 생긴다. 케토 다이어트는 자신의 몸을 당뇨병과 비슷한 상태로 만들어 비만을 치료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보고 있자면 병 주고 약 준다는 속담이 떠오를 수 밖에.
세상사 모든 것은 순리 따라 흘러갈 때가 가장 조화롭다. 우리 몸은 항시 순리에 따라 조화롭게 움직이기를 원하는 피조물이다.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일 때 비만은 물러간다. 이것이 순리이다.
마음껏 먹고 살도 뺄 수 있다는 이야기는 사기성(詐欺性)이 있다. 귀 있는 자 새겨들을지어다~
-엄동화, 외과 전문의, 가톨릭 다이제스트, 2021. 9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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