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3월 27일 비 내리는 저녁, 흰옷을 입은 노인이 홀로 광장을 가로질렀다. 그날은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가장 많이 나온 날이었다.
그 노인은 현재 위중한 상태로 알려진 제266대 교황 프란치스코이다.
5년 전, 그의 걸음걸이는 힘겨워 보였다. 그는 신을 향해 걸어간 걸까? 그럴 리가. 그의 신은 늘 모든 곳에 동시에 그와 함께 있다.
교황은 하느님의 대리인이 아니다. 신자를 대표하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모두가 흔들리던 그때, 84세의 노구를 이끌고 신이 창조한 사람들을 위해 천국 열쇠가 그려진 성 베드로 광장을 걸었다.
그는 함부로 순진한 낙관을 전하지 않았고, 신에게 턱없이 기대지 않았으며, 감히 신을 탓하지도 않았다. 인간의 나약함을 인정했다. 신이 창조한 세상에 경애를 표하며 고개를 숙이고 두 손을 모아 기도했다.
텅 빈 광장에 홀로 기도하는 교황의 모습은 ‘눈으로 볼 수 있는 복음’이었다. 그의 선생인 예수가 말한 ‘산 위에 자리 잡은 등불’이었다.
종교적 복음만을 뜻하는 게 아니다. 인류가 마주한 위기 속에서 연대와 신뢰를 상징하는 선한 뉴스(Good news)였다. 세계 어느 지도자도 하지 못했던 거룩한 행위였다. 이는 특정 종교 의례를 넘어, 인류가 희망을 되새기는 순간이었다.
그날 교황은 성체 강복을 통해 신자들이 전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며 신앙과 희망을 강조했다.
그는 성경 ‘마르코 복음’의 “왜 겁을 내느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마르 4,40)를 인용하며 두려움 속에서도 신뢰를 잃지 말 것을 당부했다.
“주님, 이 세상을 강복하시고 우리의 육신에 건강을 주시며, 우리의 마음에 위로를 주옵소서. 주님께서는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씀하십니다. 하오나 우리의 믿음은 약하고 두렵습니다. 그러나 주님, 저희를 풍랑의 세력에 빠지지 않게 하소서. 두려워하지 말라고 다시 말씀해 주십시오. 우리는 베드로와 함께 이렇게 외칩니다. 여러분의 모든 걱정을 그분께 내맡기십시오. 그분께서 여러분을 돌보고 계십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지난 2월 14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폐렴으로 이탈리아 로마 제멜리 병원에 입원했다. 교황청 공보실에 따르면, 그는 위독한 상태다. 호흡 곤란 증세로 고용량 산소 치료를 받았다. 다만 의식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 세계 SNS에서는 해시태그 #PrayForPope로 교황의 쾌유를 기원하는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에 흔들리던 인류를 위해 비 내리는 광장에서 그는 홀로 기도했고, 이제는 전 세계가 그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출처 : 이코노믹리뷰(https://www.econovill.com), 2025.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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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클릭한 이 칼럼이 담고 있는 울림과 파장.
그리스도인, 특히 수도자들의 본분과 역할을 드러내고 있어서
더욱 의미를 지닌다.
교황의 기도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기식의 퍼포먼스가 아니다.
평생동안 그가 해온 지극히 평범하고 당연한 그의 일상이었다.
그 일상이 보는 이에게 눈에 보이는 복음으로,
희망의 상징으로 다가온 것이 아닐까.
"눈으로 볼 수 있는 복음"
"산 위에 자리 잡은 등불"
"인류가 마주한 위기 속에서 연대와 신뢰를 상징하는 선한 뉴스"
한 사람 한 사람이 삶의 자리에서 바치는 기도가 모여
세상을 비추리라는 믿음과 희망을 일깨운다.
어둠이 짙다고 좌절하지 않고 빛이신 그리스도께 희망을 두고
겸손되이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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