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목적과 지향
예수 그리스도를 닮은 신앙인이 되기 위해,
예수 그리스도를 이 시대에 재현하는 신앙과 영성의 삶을 살기 위해 공부 모임을 시작합니다.
공부와 성찰과 일상적 수행을 통해 신앙과 삶의 성숙과 변화를 지향합니다.
신앙과 삶에 대한 공부를 통해 신앙을 성숙시키고 공동체적 삶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서 공부 모임을 합니다.
신앙의 올바른 의미와 수행이 무엇인지를 탐구하는 신앙 운동이며,
공부를 통해 신앙과 영성의 성숙을 추구하는 신학 운동이며,
공부하는 공동체의 형성을 통해 교회의 변화와 쇄신을 꿈꾸는 교회 운동입니다.
2. 배경과 취지
성장, 대형화, 부흥을 지향하는 교회(공동체) 형식은 이제 정점을 쳤습니다.
자발적 참여를 통해 이루어지는, 능동성을 체감할 수 있는 작은 규모의 공동체가 확산될 것입니다.
작은 공동체들의 느슨한 연대를 강조하는 네트워크적 공동체 형식이 더 설득력 있게 될 것입니다.
신앙 공부 모임은 작은 공동체의 형식을 지향합니다.
오늘날 신앙인들은 신앙 생활에서 의존적이고 수동적인 방식보다는 능동적이고 자율적인 참여와 역할을 중요시합니다.
자신의 정직한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공동체적 관계를 추구합니다.
아마도 오늘의 교회가 공동합의성(synodality)을 강조하는 이유에는 이런 맥락이 숨어 있습니다.
신앙 공부 모임은 공동합의성의 영성을 토대로 합니다.
사람은 머리(이성과 사유)와 마음(감정과 정서)과 몸(의지와 욕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당연히 머리로 믿는다와 마음으로 믿는다와 몸으로 믿는다는 그 의미가 조금 다릅니다.
생각으로만 믿는다면 그 믿음은 실천이 없는 위선이 될 수가 있습니다.
마음으로만 믿는다면 그 믿음은 변덕스러울 수 있습니다.
몸으로만 믿는다면 그 믿음은 형식적이고 관습적일 수 있습니다.
참된 믿음은 머리와 마음과 몸, 그 모두를 통해 믿어야 합니다.
즉, 삶으로 믿어야 합니다.
믿음(신앙)은 삶으로 표현되고 고백되고 실천되고 수행되어야 합니다.
현대인들은 이성보다는 마음과 몸을 더 강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마음을 움직이고 감정을 건드릴 수 있는, 또 몸의 욕망을 정직하게 인정할 수 있는 방식을 선호합니다.
그래서 어쩌면 더, 몸과 마음의 움직임을 정직하게 읽어낼 수 있는 사유와 성찰이 역설적으로 중요합니다.
몸의 습속과 마음의 결을 읽어내고 성찰을 통해 삶의 올바른 방향과 흐름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신앙 공부 모임을 합니다.
공부가 중요합니다.
사람은 죽는 그 순간까지 공부해야 합니다.
공부를 한다는 것은 지식을 쌓고 그 지식을 통해 권력과 지위를 얻고자 하는 일이 아닙니다.
공부는 배움 그 자체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일이며, 삶의 참 기쁨을 얻고자 하는 것이며,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일입니다.
공부하는 사람만이 변화할 수 있고, 의미있게 늙어갈 수 있습니다.
신앙 역시 공부를 통해 더 깊고 다양한 모습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공부와 성찰이 없는 신앙은 그저 습관적인 종교 행위로 전락할 위험이 있습니다.
살아있는 신앙을 위해서 늘 깨어 공부해야 합니다.
신앙은 무조건 믿는 것이라고 오랫동안 오해해왔습니다.
믿는다는 것은 생각한다, 공부한다, 성찰한다는 것과 별다른 관련이 없다고 여겨져 왔습니다.
생각은 믿음을 방해한다고, 진정한 믿음은 단순한 믿음이라고 강조해왔습니다.
물론 믿음은 생각과 공부와 성찰을 넘어섭니다.
하지만 생각하지 않는 믿음은, 공부하지 않는 믿음은, 성찰하지 않는 믿음은 왜곡되고 변질될 위험이 많습니다.
우리가 하는 말들이, 우리가 행하는 행동들이, 우리가 보여주는 삶의 태도들이 정말 복음적(신앙적)인지 끊임없이 묻고 물어야 합니다.
그 실제적 내용을 생각해보지도 않고 기계적으로 말하는 신앙의 말들과,
그저 종교적 관습에 따라 습관적으로 행하는 행동들이 신앙의 징표일 수는 없습니다.
우리의 말과 행동과 태도가 정말 복음적인지, 늘 생각하고 공부하고 성찰하는 사람만이 참다운 신앙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생각과 공부와 성찰은 지식인들만의 몫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일입니다.
모든 신앙인은 공부와 성찰과 대화를 통해 자신의 신앙을 벼리고 성숙시켜야 합니다.
긍정적으로 보면, 현대인들은 능동성과 자율성을 강조하며, 자기 확인 욕망(인정욕망)의 충족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것을 부정적으로 보면, 현대인들은 이해관계에 민감하고 더 이기적이 되어간다는 의미입니다.
모임과 공동체 구성이 그만큼 어렵다는 뜻입니다.
이기적이고 개체화되어가는 현대 삶 속에서, 더불어 함께 사는 공동체의 중요성을 다시 깨닫게 하기 위해 신앙 공부 모임을 시작합니다.
코로나 사태를 통해 우리는 경험하고 깨달았습니다.
성당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하는 공동체적 전례와 친교를 위해서,
성당 밖에서의 신앙 생활에 대한 교육과 강화가 역설적으로 더 필요하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신자들이 자신들이 선 삶의 자리에서 신앙을 살아 낼 수 있는 신앙의 힘과 근육과 면역력을 키우는 일에 교회가 소홀했음을 반성합니다.
성당 안의 신앙 생활과 성당 밖의 신앙 생활의 조화와 균형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성당 밖에서의 신앙 생활이 풍요로워 질 때, 오히려 성당 안에서의 신앙 생활의 의미도 더 깊어질 것입니다.
신앙은 삶의 모든 자리에서 표현되고 수행되어야 합니다.
신앙 공부 모임은 일상 속에서의 신앙 근육을 키우기 위한 도구입니다.
3. 내용과 방식
신앙 공부 모임은 세속의 독서 클럽과 교회의 신심 단체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구성됩니다.
신앙 공부 모임의 키워드는 신앙faith, 책book, 공동체community 입니다.
- 신앙이 무엇인지. 신앙을 산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신앙을 수행한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신앙의 기쁨이 무엇인지.
그 기쁨을 향유하는 즐거운 신앙 공동체가 어떤 모습인지.
정직하게 묻고 그 답을 찾아가는 여정입니다.
- 살면서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즐겁고 소중한 일인지.
자신의 생각을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는 일이 얼마나 거룩하고 신나는 일인지.
물론 읽고 쓰는 일은 때때로 고단하고 힘든 과정입니다.
하지만 읽고 쓰는 일은 우리 생에서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소소한 큰 행복입니다.
읽고 쓰는 일의 소중함과 거룩함을 알아가는 여정입니다.
-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들과 생각과 말을 나누고 일상의 시간을 공유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우리는 잘 압니다.
개체화 되고 파편화 되어 가는 모습이 오늘의 삶의 풍속도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과 친교를 더 필요로 합니다.
사는 동안 우리는 본성적으로 끊임없이 인정과 친밀성을 추구합니다.
더불어 함께 사는 일의 어려움과 소중함을 함께 알아가며 모색하는 여정입니다.
신앙 공부 모임은 책을 매개로 신앙의 기쁨과 신앙의 모습에 대해 생각하고 공부하는 모임입니다.
책을 매개로 삶과 신앙의 이야기를 나누고 더불어 함께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하고 찾아가는 모임입니다.
사람은 말과 몸을 통해 서로 관계합니다.
몸으로 함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말을 나누는 사람들의 모임이 더욱 요청됩니다.
말을 나눈다는 것은 정직한 생각과 속내를 나눈다는 것을 뜻합니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존재와 신분과 지위에 따르는 만남이 아니라 이야기와 이야기의 만남이어야 합니다.
나의 이야기와 너의 이야기가 만날 때, 관계와 친교의 넓이와 깊이가 심화됩니다.
어쩌면 진정한 공동체란 말이 통하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진정한 만남이란, 이야기와 이야기의 만남, 살아온 역사, 사연, 솔직한 생각과 관점들, 마음의 무늬들 간의 평등한 만남입니다.
인종, 성별, 나이, 선후배, 지식, 지위, 신분에 의한 차등적 만남이 아닙니다.
말로 소통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말과 글을 갖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신앙 공부 모임은 자신의 생각을 벼리고 자신의 말을 하고 자신의 글을 나누는 공부 공동체를 지향합니다.
즉,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의 말과 자신의 글을 갖는 일의 중요성을 상기시킵니다.
읽고, 말하고, 쓰는 훈련을 통한 자기 수련의 방식을 지향합니다.
능동적이고 자발적인 참여를 중요시합니다.
또한 더불어 함께 하는 공부를 선호합니다.
혼자 하는 공부는 지속적이지 못합니다.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공부만이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긴 공부의 여정에서 서로를 격려하고 자극을 줄 수 있는 동료가 필요 합니다.
또한 함께 하는 공부만이 지식의 폐쇄성과 교만함에서 벗어나게 합니다.
진정한 공부의 형식은 언제나 개방성과 겸손함의 모습으로 드러납니다.
토론과 논쟁이 아니라 대화를 지향합니다.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대화하는 문화를 형성하고, 타자의 말을 경청하고 타자의 삶에서 배우는 태도를 몸에 익게 합니다.
가르침(teaching)보다는 경청(listening)과 배움(learning)의 자세를 중요시합니다.
생각과 말의 나눔에서 그치지 않고, 공부와 성찰을 통해 일상적 삶 안에서의 실천과 수행으로 나아가는 공동체를 추구합니다.
공부와 성찰과 일상적 수행은 언제나 연결되어 있어야 합니다.
신앙 공부의 방식으로서 혜안적 성찰과 연극적 수행(insightful reflection and theatrical performance)을 강조합니다.
- 혜안적(慧眼的) 성찰이란 삶과 사물과 세상을 사려 깊은 눈으로 읽고 성찰하며 그 안에서 하느님의 뜻을 찾으려는 노력입니다.
- 연극적(演劇的) 수행이란 하느님이 감독이며 제작자이며 우리는 삶이라는 연극 무대에서 공연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전제합니다.
모든 것을 신앙의 관점에서 바라보며, 삶의 무대에서 자신에게 부여된 역할을 온 힘을 다해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연극적 수행입니다.
그래서 신앙 공부 모임의 이름은 ‘혜연공동체’입니다.
정희완 신부
가톨릭 문화와 신학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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