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 내어 새로운 세상으로 떠나야 할 때
*글쓴이 양기석 신부, 수원교구 생태환경위원회
2015년 6월에 우리 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환경, 기후위기 문제를 다룬 최초의 사회교리 회칙 <찬미받으소서>가 반포되고, 같은 해 12월에 전 세계 195개국이 승인한 파리기후협약이 이루어졌다. 희망이 생기는 듯하였다.
그러나 2018년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가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45% 감축(2010년 기준)하고, 2050년까지 탄소 중립(넷제로)을 이루지 않으면 인류가 멸절의 위기에 놓일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IPCC는 2021년에 내놓은 제6차 보고서를 통해 탄소 중립을 2040년 즈음에 앞당겨 이루지 못하면 안 되는 심각한 상황임을 경고했다. 인류가 파국을 맞이하지 않기 위해 행동할 수 있는 시간이 이제 8년도 남지 않았다.
기후위기가 심각한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은 세계의 우려를 낳을 정도이다. 산업부의 최종안으로 확정된 제10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의 내용을 보면, 우리 정부가 UN에 제출한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핵발전 비중을 23.9%에서 32.8%로 대폭 상향 조정하였다.
반면에 친환경 에너지원이 주를 이루는 신재생 에너지의 비중을 NDC안 30.2%에서 21.5%로 대폭 낮추었다.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국민과 미래는 생각지 않고 오직 핵산업계의 이익을 보장하는 방식에 초점을 두고 있는 형국이다.
안정적 전력 공급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거의 없다는 명분을 들어 핵발전소가 기후위기의 대안이라고 홍보하는 것이 한수원과 현정부의 모습이다.
거기에 더해 300MW 이하 규모의 소형모듈원자로(SMR, Small Modular Reactor)을 내세워 마치 전에 없던 신기술을 한국의 핵산업계가 개발해 낸 것처럼 국민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당연히 규모가 작아지면 배출되는 고준위 핵폐기물의 양도 줄어든다. 그러나 규모가 작은 대신 전력을 생산하는 양도 적기 때문에 여러 개의 SMR을 밀집해 건설해야 한다.
일체형으로 되어 있는 구조이기에 문제 발생시 해결하기 어렵고, 규모가 작아지더라도 운영비는 기존 핵발전소와 별 차이가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단점 등이 있다.
이와 같은 문제 때문에 이미 사용하고 있는 러시아의 경우에도 북극해의 유전 개발에 보조적인 역할만을 할 뿐 실제적으로 국가적 차원에서의 전력 공급에 기여하는 역할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서 EU과 미국 등이 시행한 탄소국경조정세에 대응하는데 현재의 핵발전소 기술은 불가능하다. 사고저항성 핵연료의 기술이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점 등을 볼 때 친환경 에너지로 인정받을 조건을 충족시키기 어렵다.
더군다나 핵발전소는 허가, 부지선정과 주민 의견수렴, 환경영향평가 등을 다른 사업보다 충족시키기가 어려워 허가부터 건설까지 보통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설치 기간을 보면 태양광은 2~3개월, 풍력은 길어야 2~3년 걸린다. 이런 재생 에너지에 비해 핵발전은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에는 너무나 문제가 많고 위험한 발전원이다.
현재 한국사회의 모습은 마치 모세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허락하신 새로운 세상(지속가능한 세상)을 막아선 파라오의 모습과도 같다. 탐욕에 눈이 어두워져 수많은 백성의 고통도 무시하고 하느님께 맞섰던 파라오의 모습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보인다.
그럼에도 우리는 모세와 이스라엘 백성들이 그러했듯이 지속가능한 세상을 위해 광야에서의 생활을 기꺼이 맞아들여야 한다. 주 하느님이 우리를 이끄실 것이다.
*발췌/갈무리: 빛두레 N.1579, 교회와 세상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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