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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자가 바라본 세상과 교회_함께 걸어가는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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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25 16:3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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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로마에서 열린 국제 여성수도자 연합회(USIG) 총회에 참석하고 오신 공동체 수녀님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번 총회의 큰 주제는 여성 수도자들이 어떻게 시노드의 여정을 살아갈 것인지 서로의 의견을 듣고 논의하는 시간이었고, 이를 위해 총회 전에 사전 질문을 각 나라의 수도회들에 보내어 수합하고 그 의견을 바탕으로 진행되었다고 합니다. 그 질문은 두 가지인데, ‘지금까지 우리는 시노드의 여정을 어떻게 살아왔는가?’, ‘지금 이 순간, 성령의 움직임은 우리 교회를 어디로 초대하고 있는가?’입니다.

 

각국의 수도회에서 성찰한 바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실천을 모색해 나가는 이번 총회 안에서 강조된 것은 현대 사회 안에서 근본적 위기의 순간에 놓여 있는 축성 생활의 연약함(Embracing our velnerability on Synodal Journey)을 받아들이고 시노드의 길을 걸어가자는 부분이었습니다. 더불어 그 연약함에서 얻을 수 있는 지혜를 살아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리 안의 희망과 동시에 자리 잡고 있는 두려움, 저항감을 의식하도록 요청받고 있다는 설명이 저에게는 인상 깊게 와닿았습니다. 진정한 시노드의 여정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 저항감을 물리치고 개인적, 공동체적 회심이 필요하다는 점과 이 어려움을 통해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강 저편으로 넘어가는 여정이 시작됨을 신뢰하도록 초대받는 시간이었습니다.

 

수녀님의 설명을 통해 생생한 현장의 분위기가 주는 의지와 생명력을 느끼면서, 나의 개인적 차원에서는 어떻게 이 여정을 걸어갈 수 있을지 질문하게 되었습니다. 하느님 백성이 함께 순례하는 여정, 공동 합의의 중요성을 뜻하는 시노달리티라는 용어가 아직까지도 낯설지만, 이것이 개인적 차원에서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나는 어떻게 이 여정을 살아가고자 노력하고 있는지, 성령의 움직임은 나를 어디로 초대하고 있는지 깊이 생각해 보게 된 계기였습니다.

이에 관해 성찰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스스로에게 던진 이 질문들이었습니다. ‘공동합의성과 같은 어려운 용어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고민하는 내가 가장 가까이 있는 수녀님들과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때로는 오해로, 실망으로 서로 더 깊이 대화하기를 외면했던 공동체원과는 어떻게 관계 맺고 있는가?’ 아직까지 여러모로 부족한 수도생활에서 드러나는 약함들이지만 이런 나의 개인적 차원의 실천을 한쪽으로 미루어 둔 채 교회에 작용하는 성령의 움직임을 알아차리고자 하는 것은 어쩌면 진정한 나의 성찰이 아닌 다른 의견들의 종합을 되풀이하는 것일 뿐일 수도 있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더불어 이번 총회의 과정에서 강조된 것이 교회의 모든 구성원들로부터, 세상으로부터, 젊은이들로부터 듣는 자세인데(The service of listening), 나는 마음 깊이 듣는 자세를 갖고 있었는지, 특별히 듣기 어려운 대상으로부터 정직하게 듣고자 노력했는지 질문했을 때 부끄러움이 올라왔습니다.

 

넓게는 전 세계적으로 양극화되어 있는 교회 현실 안에서, 좁게는 저 자신이 처해 있는 지극히 구체적인 현실 안에서, 이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비폭력적인 새로운 방법들은 언제나 서로 다른 양쪽의 이야기를 모두 포용할 수 있는 진정한 대화를 통해서만이 가능하다는 수녀님의 설명에 공감하면서, 두려움을 인정하고 새롭게 나아가도록 저를 이끌어 주시기를 청하게 됩니다. 무엇보다도 시노달리티는 결과가 아닌 과정(Synodality is not the Product, it is the Process)이라는 말씀이 마음 깊이 남아, 제가 노력해 가는 과정들을 통해 하느님이 원하시는 자리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 봅니다.

 

이번 총회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휠체어에 앉아 다른 이들의 도움을 받으며 등장하셨다고 합니다. 누구에게도 숨길 수 없는 연약함으로 함께하신 교황님은 전 세계 곳곳에서 여성 수도자들이 교회로부터 때론 차별과 억압, 고통을 당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고 하시면서 교회의 수장으로서 그 자리에서 사과를 청하셨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교황님의 진심 어린, 소박한 말씀이 뭉클하게 울려오며, 교황님께서 그 누구보다도 먼저 진정으로 시노달리티를 살 수 있는 주춧돌을 삶의 매 순간 놓고 계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다시 한번 보내지 못한 편지를 꺼내 봅니다. 하느님이 이끌어 주시는 이 과정을 믿고 서로가 화해의 길로 가고 있다는 믿음을 담아, 충분히 서로의 이야기를 듣지 못했던 상황에 대한 사과와 용기를 담아, 혼자 보기에는 아까운 석양을 함께 나누고픈 마음을 담아, 이 편지가 언젠가는 저의 메일함 한 구석에서 다른 저 편으로 용기 있게 날아갈 수 있기를 기도드립니다.

-김지혜, 성심수녀회 수녀

 

출처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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