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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와 사목_누굴 뽑아서 부릴 것인가

  • 말씀
  • 2022-01-12 10: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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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요한 신부(인천교구 상3동 본당)

 

술자리에서 후배(신부)가 난데없이 말을 꺼냈다. "난 이제 정치에 관심이 없어." 그의 얼굴을 쓱 한 번 쳐다보고 술잔을 비웠다. 옆자리의 친구가 말을 받았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그놈이 그놈 같아서 말이지... ." 이번에도 나는 그냥 입을 다물고 있었다. 오십 줄에 들어선 남자들의 푸념이 처량하기도 했고, 슬프기도 했다. 촛불혁명의 성과로 등장한 정부였는데 어느 하나라도 제대로 해놓게 없다는 실망이 급기야 환멸로 이어진 걸까.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이게 우리다운 처신일까? 한 걸음의 전진이나 한 치의 도약이라도 얼마나 소중한가. 부서지고 무너지는 한이 있더라도 최선을 다하자던 청춘의 다짐은 어디로 갔는가.

누가 "무엇을 기준으로 대통령을 뽑으시려오?" 하고 묻는다면 다음 네 가지 원칙을 말하련다.

 

첫째, 생명 경외의 문화에 관한 후보의 감수성이 어느 정도인지 따져 본다. 십계명에 "살인하지 말"고 했다. 고문하지 말고, 고통을 주지 말며, 절대로 해치지 마라. 비폭력의 관점에서 후보는 섬세하고 예민한 사람인가? 공권력을 사용하던 지위에 있었다면 그가 어떤 방식으로 무엇을 위해 그 힘을 부렸는지 들여다 본다.

둘째, 연대의 문화와 정의로운 경제 질서에 대한 원칙이 바로 선 사람인지 따져 본다. 십계명에 "도둑질하지 마라."고 했다. 착취하지 말고, 매수하지 말고, 뇌물도 주지 마라. 후보와 배우자는 재산이 얼마나 되며 어떻게 그 돈을 모았는지 알아본다.

셋째, 관용의 문화와 진실한 삶에 대한 책임 의식이 얼마나 되는지 따져 본다. 십계명에 "거짓말하지 마라."고 했다. 속이지 말고 조작하지 마라. 글이 곧 그 사람이요, 말이 곧 그 사람이라고 했다.(文則人 言則人) 솔직하게 말하고 말한 대로 행동하는 사람인가? 남에게 관대하고 자신에게 엄격한가?

넷째, 동등권의 문화와 남녀의 동반자 관계에 대한 신념이 굳건한지 따져 본다. 십계명에 따르면 "간음하지 마라." 고 했다. 가로채지 말고 무시하지 말고, 모욕하지 마라. 후보는 상대를 존중하고 높이는 사람인가?

 

눈치 챘겠지만 한스 큉이 <세계윤리 선언문>에서 상술한 인간다움의 기본 덕목들이다. 이런 기준에 따라 인품을 계량하면 누가 '깜'이 되는지 어렵지 않게 판별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덧붙여 필생의 결단을 해야 하는 순간에 그가 어떤 선택을 내렸는지도 봐야 한다. 

전설에 따르면 젊은 영웅 헤라클레스는 어떤 인생길을 걸어갈 것인지 숙고하려고 광야로 나갔다. 그때 상반된 얼굴의 두 여성이 나타났다. 먼저 '방종'이 자기를 취하면 천하의 안락을 안겨 주겠노라고 약속했다. 그다음 '덕'이 힘겨운 길을 제시하면서 선과 위대함의 주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두 여성은 한 남자를 놓고 자신의 이점과 상대의 결점을 자세히 알려 주었다. 주인공은 갈림길에서 고민하다가 결국 좁고 힘든 길을 선택하였다.

 

작년 봄 한스 큉의 부고를 듣고 신학생 시절 열독했던 <나는 무엇을 믿는가>를 책장에서 꺼냈다. 교회가 다각도로 압박을 가했지만 끝내 하느님과 인간에 대한 자유로운 사유를 멈추지 않았던 생전의 그를 만나보니 다시 가슴이 뛰었다. 그날 술자리의 동료들을 다시 불러 모아야겠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빛두레 제15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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