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 온라인 네이버 블로그, 울란바토르 시내 어느 성당(아프리카 신부 주임)
사제가 사제에게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
-홍정수 신부, 대전교구 몽골선교
저는 선교를 위해 2018년 몽골 지목구에 선교사로 파견되었습니다. 몽골 가톨릭교회는 교우수가 1,300여 명에 불과한 아주 작은 교회입니다. 가톨릭교회의 역사가 30년이 되지 않는 이 작은 교회에 파견될 때 설렘과 기대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우리 성당 근처에는 마땅히 아이들이 뛰놀 만한 공터나 놀이터가 없습니다. 그래서 동네 아이들은 성당 마당으로 자주자주 놀러 옵니다. 어느날 거의 날마다 놀러 오는 한 무리의 아이들이 제단 앞에 옹기종기 모여 자기들끼리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말썽꾸러기로 유명한 아이들인지라 문제나 일으키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어 아이들 뒤로 다가가 뭐라 하는지 엿들어 보았습니다.
인기척을 느낀 아이들은 저를 쳐다보더니 대뜸 이렇게 질문했습니다. "신부님, 저 사람은 왜 저기에 저런 모습으로 있는 거여요?" 아이들이 가리킨 손가락 끝에는 예수님께서 한쪽으로 고개를 돌리신 채 매달려 계셨습니다. 저는 몹시 당황했습니다. 지금까지 누구도 저에게 예수님이 누구인지, 왜 십자가에 매달려 있는지 이런 식으로 물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예수님에 관하여 묻는 사람이 없으니 어떻게 대답할까 고민할 일도 적었고 또 예수님에 관해 말할 기회가 있더라도 속 시원하게 대답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 부끄럽게 떠올랐습니다. 예수님에 관하여 묻는 사람이 없으니 어떻게 대답할까 고민할 일도 적었고 또 예수님에 관해 말할 기회가 있더라도 속 시원하게 대답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 부끄럽게 떠올랐습니다.
예수님의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살아가면서도 정작 예수님이 어떤 분이신지 분명하게 고백할 수 있는 나만의 언어가 없다는 사실도 부끄러웠습니다. 몰골 선교를 시작하면서 어떤 사업, 무슨 프로젝트를 위해서 얼마가 필요하겠다는 계산기를 두드리느냐 바빴던 마음이 몹시 민망했습니다.
아이들이 떠나고 성당에 남아 기도하는 가운데 마음속에서 이런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너는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구나. 그러나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루카 10,41) 이렇게 마음에 울린 말씀을 통해 나는 몽골에서 하느님의 나라가 아니라 나의 제국을 세우려는 마음으로 지내왔음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고,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고, 어린이들을 위한 공부방을 세우고 운영하는 활동은 꼭 필요하고 멋진 일이지만, 이 모든 사업과 활동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 하느님의 나라와는 아무 상관없이 준비되고 있다는 생각에 이르자 민망함에 숨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예수님 말씀을 듣기 위해 고요히 머무르고, 언제든지 주님의 일을 하기 위해 손을 비워 두고, 어디든 떠날 수 있도록 서서 기다리는 태도가 선교사의 삶인 거처럼 느껴집니다.
그리고 여러가지 일로 바쁘게 살아가는 삶보다, 예수님을 향한 시선을 다른 것에 빼앗기지 않고 예수님의 현존을 마음으로 느끼며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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