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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옥돌

  • 젤뚜르다
  • 2024-07-31 18: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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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옥돌

 

 

사람은 태어나는 시간이 다른 것처럼 떠나는 시간도 다른 것 같다. 만나는 때가 있으면 헤어지는 날이 있듯이 언제까지나 함께 할 것 같던 수녀님께서 홀연히 떠나셨다. 세상에 나 혼자 남아 있는 것이 수녀님과의 추억들이 가슴을 파고든다.

참으로 멋진 삶을 불처럼 사시다 떠나신 수녀님!

 

당신은 온 삶을 하느님과 교회를 위해서 불태우신 분! 하느님의 사람! 당신은 주님의 영원한 정배 한국 교회를 빛낸 여성 수도회 창립자요, 시대의 선구자이시다. 오직 하느님에 대한 사랑 때문에 서울대 교수직도 놓으시고 부산의 피난민들과 동고동락하신 나눔의 삶을 사신 분! 가난한 피난민들을 위해서 힘든 구걸까지 하신 완전한 자아희생의 삶을 사신 분이다.

 

부산의 가난한 피난민들을 위해서 구걸하는 딸의 모습이 신문에 나자 아버지는 딸을 데리러 부산으로 내려가셨다. 멀리서 장작불에 검게 그을린 얼굴로 정신없이 옥수수 죽을 떠주는 딸의 모습이 보였다. 따뜻한 죽 한 그릇을 얻기 위해서 몇 백 명의 피난민들이 줄을 서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울면서 돌아가셨다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을 때, 자녀를 이기지 못하시는 부모 없듯이 딸이 원하는 길을 막지 못하시는 아버지의 따뜻한 사랑이 절절히 가슴에 와 닫는다.

 

독일 유학시절, 전쟁의 아픔과 가난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 독일에 간호사와 광부들의 일자리 마련을 위하여 백방으로 뛰어다니신 이야기를 들으면 참으로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부유한 집의 구남매의 맏딸로서 고생을 모르고 사신 분이 하느님의 사랑 때문에 힘든 길을 걸으신 발자취를 돌아보면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고난 받는 어린양의 삶을 그대로 닮은 분이시다.

 

성가 가사의 내용처럼 “이 뒷날 나를 보시고 임 닮았다 하소서.”라는 내용처럼 임의 가시관을 쓰고 한 생애를 불처럼 사신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은 누구나 떠난 다음에 후회를 한다지만 생전에 좀 더 잘해드리지 못한 일들만 샘솟듯이 생각난다. 얼마나 가난하고 검소하게 생활을 하셨는지 종이 한 장 그대로 버리시는 일이 없으시고 작은 종이도 메모지로 이용하시고 속옷도 다 헤어져도 새것은 다른 수녀들께 주시고 당신은 늘 헌 옷을 즐겨 입으신 분이셨다.

 

어느 날 수녀님께서 나에게 ‘건강하게 많은 일을 해야 하니까 내가 늘 만지던 옥돌을 주고 싶다’고 하시며 푸른 옥돌을 내손에 쥐어 주셨다. 나는 사양했지만 그분의 고집을 꺾을 수 없어서 받았다. 지금도 그 푸른 옥돌을 볼 때마다 수녀님의 따뜻한 사랑이 느껴진다. 항상 철저하시고 작은 실수에도 엄하게 충고 하시던 모습이 그립다.

 

부족한 수녀들에게 무엇 하나라도 가르쳐 주시려고 바쁜 일정에도 열심히 강의를 해주시던 열정적인 장힐데갈드 수녀님!,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다고 하시면서 씩씩한 장군처럼 늘 동분서주 하시던 수녀님!, 당신이 가신 빈자리가 너무나 크게 느껴집니다. 당신의 따뜻한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기에 더욱 공허합니다. 지독한 암과 투병생활의 짐을 벗어버리시고 훌쩍 가신 당신을 생각하면, 마지막으로 유채꽃밭을 걷던 일이 아련한 추억으로 떠오릅니다.

 

 

이젤뚜르다(영일)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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